유성교당 류백철 교도.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해 공부하는 청년들

 

봄기운이 완연한 날, 과학과 미래의 도시 대전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타본 기차는 여행자에게 여유로움과 낭만을 느끼게 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대전역을 지나 지하철 유성온천역에 있는 모임문화공간 더 포럼(The Forum)을 찾았다. 충남대학교 정문과 가까운 이곳에서 대전 지역 청년들의 공부모임 '나우 마음공부방'이 열려 생활 속 교법 활용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바람직한 신앙인·공부인의 성장터
나우 마음공부방은 원기94년 대전지역 청년과 대학생들이 교법에 대한 신앙과 수행을 고취하기 위해 조직했다. 청년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여름, 겨울 정기훈련까지 진행하며 기운을 모아왔다.

이들은 모임 초반에는 매월 한차례 기도와 교리공부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3년 전 유성교당 류백철 교도를 지도강사로 초빙한 뒤 마음공부방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교리공부와 일기기재에 대한 문답·감정을 시행해 참가자에게 바른 공부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하던 청년들은 교당과 교단활동에 참여하며 바람직한 신앙인과 공부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다음 카페 '지금, 여기에(here. now)'를 개설해 마음공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2월28일 오후7시, 305호 강의실로 청년들이 도착하자 류 교도는 '〈정전〉의 차례 공부'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대종사의 일대 경륜과 포부를 교리와 법으로 어떻게 담으려 했는지 그 심경과 구상하신 과정을 알아보자"며 〈정전〉총서편, 교의편, 수행편에 담긴 내용과 의미를 차례로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전 교리를 표어와 구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약 정리해 전 인류에게 드리는 한페이지 보고서(one page report)가 바로 사대 강령이며, 원불교적 인간상을 확립하기 위한 지표다"고 설명했다. 〈정전〉차례 공부는 모든 공부인의 전체 수행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오직 생활 속에서 활용하며 법과 하나가 될 때까지 하고 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종사께서는 교리와 수행법을 지식으로 아는 지식인이 되기보다는 몸과 마음을 훈련하여 경계마다 자성의 혜광을 밝히는 공부인이 되어 시비이해에 자유자재하고 생사의 자유를 얻는 활불이 되는 묘방을 담아 주셨으니 마음 사용 설명서인 〈정전〉에 바탕해 마음공부 하는 공부인이 되기를 거듭 부탁했다.

나우 마음공부방 공부인들이 매주 금요일 저녁에 교리공부와 일기기재를 하고 있다.

일기기재와 발표로 법정 나눠
강의 후 청년들은 일기 발표를 통해 생활 속 요란했던 경계와 고민을 나눴다. 강덕윤 청년은 첫 출근을 앞두고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내용을 전했다. 아직 부딪치지도 않은 문제로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류 교도와 청년들은 취업한 것에 축하를 보내고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신입사원으로 직장에서 인정받는 사원이 되기 위해 실천 가능한 방법에 대해 연마할 것을 권했다. 막연한 걱정보다는 자력양성을 위해 나보다 앞선 상사를 지자본위의 자세로 멘토로 삼아 배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원찬 청년은 '직장 동료에게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 에 대해 전했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장에서 퇴근길에 혼자 남겨지니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각자 발표한 내용에 대해 청년들은 상황마다 어리석고 요란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자신의 경험에 비춰 교법에 맞는 여러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류 교도는 "직장생활은 마음공부 연습장이고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마음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자기가 경험한 경계나 일에 대해 대소유무로 각각 밝혀 사리연구를 해볼 것을 권했다. 대소유무에 대조하는 것이 어렵지만, 습관이 되고 숙달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분별하고 요란한 마음이 생기면 일단 멈추는 것이 힘들지만 기를 쓰고 해야 한다"며 "안되더라도 꾹 참고, 타인이 오해하더라도 일단 멈추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 안된다는 주착심에서 벗어나야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수양이자 신앙이라는 것이다. "왜 이럴까? 하고 분석하는 것이 사리연구이고, 최종적인 취사, 실행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부방을 통해 청년들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에 하지 못했던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확신이 든다, 바람직한 자신으로 변했고, 마음을 살필 기회가 된다" 는 소득을 전했다. 청년들 모두 자신과 생활에 당당해지고 여유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김세진 회장은 "초창기보다 참여 인원이 줄어 공부방 운영에 고민했지만 직장과 학업문제로 떠난 청년들이 이곳에서 공부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고, 서울시민 선방과 교당 활동도 열심히 하게 됐다는 말을 들으니, 공부에도 각자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강사님과 꾸준히 참가하는 동지들 덕에 오늘날까지 유지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청년들과 공부하면서 강의는 물론 일기기재에 대한 문답, 감정 실력까지 느는 등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류 교도는 "특히 자녀들과 해결하지 못한 갈등이 저절로 해결됐다"며 "청년들과 나는 서로 도반과 스승으로 가르치고 배우며 도움받는 사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공부하는 청년들 모두 마음공부 지도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배운 것을 자신들만 사용하기보다 남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교법을 알려서 나만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방에 참여한 청년들과 함께하니 이들에게서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가 전해졌다. 마음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6년을 이어 온 이들의 법정 또한 부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