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학대, 어른들의 인식 바꿔야

▲ 사단법인 평화의 친구들이 필리핀 바탄지역에서 어린이보호프로그램 연수를 진행했다.
필리핀의 최소 행정 단위인 바랑가이에는 어린이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적절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BCPC(Barangy Child Protection Commitment)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관련 예산의 부족과 관련 인력에 대한 미흡한 교육으로 말미암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아이들은 육체적·성적으로 학대당하고 납치되거나 팔려가고 있다. 먼저 가까운 보호자 및 교사, 경찰 등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어른들의 인식 개선 교육이 시급했다. 사단법인 평화의 친구들이 필리핀 바탄의 어른들을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사단법인 평화의 친구들은 평화재건사업을 진행 중인 필리핀 바탄 지역의 4개 마을에서 2월21~23일 3일에 걸쳐 어린이 보호 프로그램 연수를 진행했다.

어린이들의 인권과 미래를 위한 이 자리는 현지 주무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교사, 학부모, 마을 보건인력, 경찰 등을 상대로 진행한 것이다.

평화의 친구들이 참가자 모집, 장소 대여, 프로그램 구성까지 전적으로 도맡은 이번 연수는 만옵, 이필, 타본, 송콜란 등 총 4개 마을의 어린이 보호 프로그램 관련 인력 등을 대상으로 했다. 마을별로 40명이라는 인원 제한을 뒀음에도 연 인원 120명을 훌쩍 뛰어넘는 참가자가 모여들어 행사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는 필리핀 현지 인권 변호사인 크리스티나세빌리아(39)씨가 참여를 요청해 이번 행사에 대한 후원은 물론, 제반 준비에 이르는 실질적인 책임까지 맡아 함께 협조했다. 현지에서도 어린이 학대는 큰 사회적 문제이며, 다양한 방법들로 이 현황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수는 어린이 학대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경각심을 고취하고 문제 해결에 대한 지역 사회와 공동체의 노력에 대한 토의를 이끌어 내는데 목적을 뒀다. 어린이에 대한 성적 학대와 방치, 취업을 미끼로 꾀어내어 사창가에 팔아 넘기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대응은 공동체 전체의 책임임을 인식시키는데 주력했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내가 했던 행동이 어린이에 대한 학대인지 미처 몰랐다'고 했고, 혹은 알았더라도 '개인으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고 고백했다. 참가자들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소득이 적지 않음을 표현했다.

평화의 친구들은 트라우마클리닉의 상주 상담가인 알렉스씨를 통해 이번 연수를 통해 발견한 어린이 학대 사례에 대해 협력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복지 담당 기관, 경찰과 협력하여 신중하면서도 효과적인 접근을 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밀착하여 진정한 지원과 협력을 통해 '평화'를 이룩한다는 방식이다. 이것이 현지에 상주하는 평화의 친구들의 평화재건사업의 취지다.

어느덧 3개월 차로 접어든 평화의 친구들의 평화재건활동은 신중함 속에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다각도의 모색 속에 진행 중이다.

이번 연수 준비를 도왔던 '평화의 친구들' 인턴 육승현(25)교도는 프로그램 준비라는 실무 속에서도 틈틈이 현지 대학인 아클란 칼리지와 업무연락을 담당하며 외연의 확대 속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주로 원불교 학생회를 통해 '평화의 친구들'과 알게 된 젊은 학생들의 참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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