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능을 마친 여고생이 성형수술 도중 의식불명에 빠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아름답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다 가지는 마음이겠지만 자신 목숨까지 내걸면서 성형수술을 하는 데에는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과거 수술이라는 것은 교통사고나 암을 치료하기 위해 행하는 부득이한 의료행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것들의 수술이 유행되어 버렸다.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경기지역 18세 이상 여성 가운데 47.3%가 미용성형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전〉 가운데 '사람은 보고 듣고 배우고 하여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동물의 몇 배 이상이 된다'고 하였다.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사람이 동물보다 견문하고 사고하며 배우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탁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 보고 듣고 배워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에 사로잡혀 자신의 몸과 인생에 해독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동물보다 몇 배 이상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정전〉처럼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동물의 몇 배 이상이 되므로 외모를 위해 목숨 건 수술도 사람만이 할 수 있겠지만 또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든다.

우리들은 모두 적성과 직업이 다양하고 습관과 생각도 다양하다. 그런데 왜 이 다양한 사람들이 비슷한 것을 꿈꾸며 갈망하게 되었을까?

나이가 젊으면 젊어질수록 대부분 공통적으로 햄버거와 피자, 콜라를 좋아한다. 또한 스타벅스 커피가 1987년 패션아이콘 공략광고를 성공한 이래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졌고 한국에서만 연간 1700억원 매출을 넘어섰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취향을 갖게 해준 데에는 TV의 위력이 컸다.

얼마전에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국내는 매 회당 평균 20%이상, 중국 2억5천만명이 시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욱이 극중 '눈 오는 날엔 치맥'이라는 대사로 '중국내 조류독감을 잠재웠다'는 표현을 쓸 만큼 많은 사람들은 똑같이 '치킨'을 먹었다.

이렇게 TV 유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열망'을 갖도록 이끌었고, 똑같고도 그 이상이 되는 '희망사항'을 만들어냈다.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멜로드라마에 익숙할수록 그 이상의 이상형과 사랑만을 꿈꾸는 무의식을 만들어 나를 가둬놓고 현실과는 멀어지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TV는 우리가 현실에 실망하고 적응을 못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제는 모 방송사의 육아와 가족관계 프로그램 인기에 따라 자녀들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한 부모들 마음에 그늘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격언처럼 '그냥 편하고 재미있어서' 보는 TV는 이처럼 나도모르게 TV 프로그램에 세뇌가 되고 노예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도 어쩌면 유행경로가 이와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참다운 내 마음 치유'는 보고 듣는 것부터 존절히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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