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오인 교무/전주교당
영산선학대학교 1학년 때 지인이 〈The Present 선물〉 이라는 책을 소개해 주었다. 내용은 '가장 큰 선물(Present)은 현재(Present)이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려면 삶에 대한 소명의식이 필요하다'였다. 그때부터 '소명의식'이라는 것은 나에게 의두연마 꺼리였다.

나는 어린이·학생법회를 담당한 4년차 교역자다. 예비교무 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부직자는 청소년 교화를 담당한다'라는 교단의 당연직이라 여기고 재미있게 법회 볼 생각만으로 졸업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나와 보니 학생·어린이회의 명맥을 유지하는 교당이 몇 군데 밖에 없는 현실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왜 나는 청소년 교화를 맡아서 해야 하는가? 왜 청소년 숫자에 내 마음이 흔들리는가?' 이러한 질문들 속에서 나름대로 생각한 청소년 교화자의 마음가짐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하면서 복전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교무로서 본인이 청소년 교화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교단적 구조상 청소년을 담당하게 되는 현실을 많이 탓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을 돌려 바라보면 원불교의 미래가 청소년인 것은 자명한 일이니, 시급한 일이 청소년 교화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청소년 교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현재를 선물로 만드는 방법과 기준은 각자의 역량일 것이다. 자신이 마음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그곳이 지옥이 될 수도 낙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직자로서 일반 교화를 보좌해야 하는 역할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청소년 교화에 주력을 할 수 있을까?'라는 연마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교당 안에 매몰되거나 고여 있지 않고 흐름에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청소년들이 잘 자라면 원불교의 희망이 되고, 나라와 세계의 동량이 될 것이다. 또한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좌절마저 즐긴다면 그 자체가 복전이 되고,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둘째, 내가 막막할 때 모델이 되어준 누군가처럼 나도 누군가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학교를 다닐 때 꼭 멋있는 선배가 한명씩은 있다. 신앙심이 깊은 선배, 일기 감정을 잘해주던 선배, 잘 노는 선배 등 교화 현장에서도 이러한 선배들이 곳곳에 있기에 그 분들의 그림자를 내 발자국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담배를 피우는 교당 내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끊게 하기 위해 훈계를 하지 않고 사비를 들여 전자담배를 사주었다는 한 선배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비행을 저지르면 혼내는 주위 어른들만 보다가 자신을 위해 생각하고 나아가 정성까지 깃든 선물을 받았을 때 얼마나 감동이 되었을까. 후에 그 아이들에게 담당 교무에 대하여 물으니 "정말 엄마같이 따뜻한 교무님이예요. 나중에 커서 은혜 갚을 꺼예요. 그런 교무님 다시는 못 만날 꺼예요"라며 교무못지 않은 애정을 보였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에 대해 배우고 키울 점이 어떤 것인지 마음으로 새기는 시간이 됐다. 그 선배처럼 내가 만나는 인연들에게 배려해야겠다는 다짐이 되었다. 이렇게 나의 모델을 닮아가려고 노력할 때 내 자신이 변하고 교화가 될 것이다.

힘들 때마다 '내가! 왜! 청소년을! 만나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보게 되면 적어도 청소년 교화가 남의 일이 아니며 더 이상 핑계로 얼버무려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꽃나무는 보이지 않지만 있는 힘을 다하여 꽃봉오리를 터트린다고 한다. 나무는 겨우내 찬바람을 이겨내기에 나이테가 생기고 1년을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매순간 나의 한 생을 원불교에 맡기고자 했던 그 순수한 초발심을 견지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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