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동교당 / 윤법달 교도
서울디지털대학교
1월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화두가 현재 가장 인기 있고 강한 정치적 구호가 됐다. 평화적 통일이 되면 대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준비된 통일이 되어야 대박이 될 테지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북한 내부 상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지난 2년간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의 체제 공고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향후 장기적 집권기간을 염두에 두고 김정은의 유일영도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현재 북한은 김정일 시대에서부터 김정은 시대의 과도기 과정에서 당·군·정 및 사회전반에서 권력교체와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을 충성하는 당·군·정의 40~50대 신진 엘리트들이 향후 적어도 30~40년 장기 집권하게 될 김정은 체제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 요인도 대단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 고위 엘리트들의 권력분점과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심 유지 여부도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경제적 요인으로 주민생활의 개선을 위한 경제 개선여부도 향후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위한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주민생활 향상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는 선군정치를 지향하면서 보수적인 정책으로 체제유지에 집중할 것이고 향후 김정은 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확보되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 정상회담 기회 올까

이제 남북한 관계개선과 협력의 길로 나아갈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박근혜 정부도 향후 통일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내에 남북관계 개선이 이루지지 않는다면, 집권기간 내내 남북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유의미한데 국내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금년과 내년 2년 내에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16년에는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고려해 보면 향후 2년 내에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는 역사적인 시기라고 생각된다. 박근혜 정부에게 단 한번 정상회담의 기회가 오면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이슈는 북핵 문제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 문제 그리고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의제가 될 것이다. 그 중에 북핵 문제와 천안함 사건을 풀어나가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주축은 남한과 북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남과 북이 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남과 북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은 향후 지속적으로 남북간 화해 협력 정책의 원칙을 지키면서 강·온 전략을 유연성 있게 구사하여 소탐대실하지 말고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한반도 평화통일의 대업을 이어가야 한다. 이미 과거를 통해 대화와 타협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한번 어리석은 과정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종교계의 통일준비

남북종교 교류는 다른 분야에 앞서 이미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직·간접적인 접촉을 모색해 오던 종교계의 역할이 빛을 발하면서 민간 차원의 교류를 뒷받침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남북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계의 통일준비는 ▷북한의 종교정책 변화 ▷남·북한 종교교류의 성찰 ▷남·북한 화해를 위한 종교계의 역할을 남·북한 종교교류 ▷인도적 대북지원 ▷학술교류 등의 차원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사업에만 치중해 왔던 종교계가 남남 갈등의 조정과 중장기적인 통일 준비과정에서 주요 역할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소극적이고 비체계적인 준비 자세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자세로의 전환이 요청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선교·포교만을 목적으로 삼는 종교 내부적 이해관계를 넘어 한반도가 '평화·경제·민족공동체'로 진전해나가는데 종교계가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통일이라는 공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기도 하고 여러 종단 공동 사업을 우선하기도 하는 상호 협조와 공감 폭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종교계 내부 대화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종교계 통일준비를 위한 공동 토론회를 교단에서 주관해 준비하고 종교계의 의견을 받아 점진적인 로드맵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를 종교계가 나서서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남북이 한몸이니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되게 하옵소서.
우리 마음의 분열과 대립과 갈등을
대해원 대사면 대화해 대수용 대협력 정신으로
대합의하여 남북이 하나되게 하옵소서!"
- 2000년 3월 원불교 청년회 통일기도문 중 - 점진적 개방 예측


하나의 목소리 필요

통일준비의 역사적 과제는 통일이전단계, 통일과정, 통일이후를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종교계의 통일준비 역시 이에 걸 맞는 통시적 관점에서 종교계 내부와 종교간, 그리고 종교와 사회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순기능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종교계의 통일 준비와 교류협력은 개인이나 개별 종단, 또는 특정 집단 차원에서 진행되어 왔다. 또 지금까지 출판된 수백편의 종교계 통일 관련 논문이나 보고서들도 대부분 개별 종교 이념과 현실을 반영하여 작성됐지만 본래 의도와 달리 통일에 대한 개별 종단이나 접근은 구체적 이념 및 방법론상의 상이점으로 인해 자칫 남남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각 종단이 개별적이고 분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북 사업은 의도 자체가 시혜적이어서 실질적으로는 개별 종단의 치적 홍보수단에 불과한 현실이다. 이로 인해 투자 대비(對比) 효과도 거의 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북한정권으로부터 이용을 당하는 듯 보인다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통일준비를 위해서는 각 종단뿐 아니라 종교계 전체가 통일된 관점과 전략 안에서 움직여 효과성·효율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부 종단에서 표출되고 있듯이 선교나 포교중심의 재건사업과 같은 접근은 통일과정과 통일이후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통일 이후 종교계가 선교·포교를 앞세워 경쟁하면서 오히려 통합을 저해하는 문제를 사전 예방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 단계 종교계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사업의 문제점을 종단 스스로 진단하고, 교리와 교세 확장의 이유에서가 아니라 보편적 인류애의 입장에서 참여하도록 유도해 실질적으로 정부와 민간단체와도 보조를 맞춤으로써 투자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교단, 통일 로드맵 마련해야

결국 한국 종교계가 화해와 일치 분위기에서 남북통일을 맞이하고 이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여러 종단들이 긴밀히 그러나 조직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이 절실하다. 따라서 통일 과정 및 이후에 남남갈등을 차단하거나 줄이고, 남북 간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종교계 통일 준비 네트워크 형성'은 중요하고 필수적인 작업이다.

종교계 통일준비 네트워크는 실질적으로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다. 정치와 제도상의 '통일 이후' 실질적 사회 통합을 위해 종교계가 취할 자세와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러한 목적에 기여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취할 수 있는 통일된 방향과 정책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즉 '통일 이후' 남북 간에 화학적(chemical) 통합을 이루고자 할 때 이념과 정파적 이익을 초월하고, 물질의 영역을 초월한 정신의 세계를 다루는 종교계의 역할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러한 정신에 기초한 복지적 관여도 매우 중요하므로 이러한 종교계가 가진 유형 무형적 자산을 실질적인 통일준비에 투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오래전 통합과정을 거친 독일이 현재도 사회문화적 갈등으로 인한 혼란을 겪는 사례를 참고해야할 것이다.

교단도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앞의 글에서 한반도 통일에 있어 종교계가 통일과정에서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통일이후를 준비하는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다.

교단의 통일 준비도 마찬가지이다. 통일이후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평화란 일반적으로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이름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없는 상태는 갈등이 내재되어 언제나 전쟁이 가능한 휴전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평화는 인류 상호간의 살상의 가능성마저 사라진 상태 즉, 서로 돕고 위하는 화(和)의 원리가 이상적으로 실현된 세상을 의미한다.

최근의 급변하는 정세와 더불어 남북종교 교류가 진행될수록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에 이용 가능성은 불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남북종교인의 교류는 접촉이 거듭될수록 북한체제의 속성과 종교인들의 위상을 보다 정확히 알게 되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교단이 먼저 남북종교 교류의 기초를 놓고 전문적인 공동연구 및 학술교류를 교육기관을 통해 실시하고 아울러 평화통일 이후를 대비해 평화교육에 대한 제안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원불교다움을 실천해야할 것이다.

또한 문화교류, 국제 종교연합기구와 국제민간기구(NGOs)와의 구체적 협력관계 등을 통해 외적인 토대를 구축해나가고 한민족한삶운동본부, 문화사회부, 공익복지부, 평양교구 등의 유관기관을 효율적으로 네트워킹시키며 교법의 가르침을 충분히 이해하는 북한학, 평화학, 대북관계 전문가 양성을 통해 사람과 공간이 실질적인 준비를 해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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