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枝兩枝發 매화 한 가지 두 가지 피어나니
春光續續回 봄 경치 잇달아 돌아오는 구나
幽香莫漏洩 그윽한 향기를 누설하지 말게나
直待夜深來 기다렸다가 밤이 깊으면 오리라

'매화 핀 마을(梅塢尋春)'- 이식(李植 1584- 1647 조선 중기의 문신)

이식의 본관은 덕수(德水), 호는 택당(澤堂), 한문사대가로서 당대의 문풍(文風)을 주도했으며 병자호란 때는 척화파(斥和派)였다.

간결하면서 품격이 높고, 자연스러운 데서 시의 흥취가 살아난다고 주장한 이식의 시는 짜임새가 정교하기로 유명하다. 매화 향기는 밤에 더 그윽하다는 재치를 보인 이 시는 나라가 어지러울 때 선비들의 진가(眞價)가 드러난다는 것을 암시한 작품이다. 차고 흰 눈 속에서 피어나 향기가 더 진한 매화는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로써 가난해도 지조를 팔지 않는 선비들의 벗이었다. 그런 선비들의 풍류가 잘 드러난 작품은 이식의 '들에서 술 한 잔(野酌)'인데, 매화 향기가 세상을 맑히듯 달이 밤을 밝혀서일 것이다.

携酒松林下 소나무 아래로 술 가져오니
松風吹酒缸 솔바람이 술항아리에 불어오는 구나
酒行人亦起 술 마신 사람들 다시 떠나면
孤月墮前江 외로운 달은 앞 강물에 떨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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