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폭언·폭력과 건강
폭력범위, 발생공간 다양한 양상
제3자에 의한 폭력, 괴롭힘

▲ 직장내 폭력이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 높은 산재 불승인을 나타내고 있다.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폭력이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 폭력은 신체적인 폭행만이 아니라 언어적, 정서적 폭력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고, 발생하는 공간도 학교폭력, 가정폭력, 군대 폭력, 스포츠계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학교폭력 가해자 경험율은 20.9%, 피해자 경험율은 22.6%로 나타나 5명 중 한 명의 학생은 폭력과 연관되어 있고, 부부폭력에서 여성의 피해 경험은 15.3%, 군대의 구타나 가혹행위 징계자는 5491명으로 집계되고 있어 폭력이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폭력으로 인한 개인적 상처와 정신건강 피해, 그리고 개인과 가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지대하고, 이러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국가의 유지에도 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폭력 중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폭력은 직장내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폭력은 그 내용에 따라서 학대(Abuse), 협박, 위협(Threats), 폭행(assault)으로 구분할 수 있고, 물리적인 폭력과 정신적인 폭력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폭력이라 하면 물리적인 폭력만을 생각했고, 정신적인 폭력이 저평가되었으나 최근에는 정신적인 폭력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폭력이 일하는 곳(작업장)에서 발생하는 경우 작업장 폭력(Work-related violence or workplace violence)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정의를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폭력적 사건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제3자에 의한 폭력(third-party violence)과 괴롭힘(harassment-bullying, mobbing)을 구분할 수 있다. 제3자에 의한 폭력이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고객(clients), 소비자(customers), 환자들(patients)에 의한 위협(threat), 신체적 폭력(physical violence), 정신적 폭력(psychological violence-verbal violence포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폭력은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일까? 사람들이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직장내에서 폭력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폭력으로 인한 정신건강의 피폐를 공적 영역에서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사내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45.0%에 달하고 있다. 왕따 이외에도 폭언, 욕설, 신체적·정신적 폭력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한 정신질환의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다양한 직장내 폭력 양상을 다룬 조사는 많지 않은데 최근 조사(김인아·정진주 등, 2014)에서는 직장내 폭력으로 정신질환을 경험한 결과가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조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받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의 정신질환 신청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것인데 이 기간 동안 총 729명이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했다. 낮은 정신질환 산재인정 가능성, 산재보험 신청의 어려움 등으로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사람은 실제 경험자보다 훨씬 적은 숫자일 것이다. 정신질환 산재를 신청한 사람들은 서비스업 등이 포함되는 '기타 산업' 종사자가 총 304명으로 전체의 42.2%, 서비스 종사자가 46명 (6.2%), 판매 종사자가 20명 (2.8%), 사무 종사자가 155명 (21.4%), 전문가가 74명 (10.2%) 이었다. 정신질환이 현대사회의 업종이라고 불리는 '기타산업'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질환이 발생했다고 산재보험 신청을 한 사람이 모두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받아 산재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산재보험 승인 여부를 살펴보았다. 작업장 폭력으로 인한 정신질환의 산재 신청건수가 31.1%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폭력 경험이 있는 경우 중 31.0%인 44명은 정신질환 산재의 승인을 받았다.

업무관련 정신질환 산재 중 그 유형을 파악해보니 폭언을 경험한 경우가 7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폭행을 경험한 경우가 42명, 성희롱을 경험한 경우도 18명이 있었다. 성희롱을 경험한 경우에 있어서 승인율이 66.7%로 가장 높았으며 폭행을 경험한 경우의 승인율은 41.9%, 폭언을 경험한 경우의 승인율은 24.4% 였다(<표 1>).
▲ <표 1> 경험한 폭력 종류에 따른 산재보험 승인여부의 분포.
한편 이러한 작업장 폭력의 가해자는 절반 정도가 상사로부터 온 폭력이었고, 고객은 26명, 이중 10명이 정신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아 38.5%의 승인율을 나타냈다(<표 2>).
▲ <표 2> 폭력 가해자의 분류에 따른 산재보험 승인여부의 분포.
이러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내 폭력은 폭언, 폭행, 성희롱이 주요하게 나타났고, 왕따, 차별도 포함되어 있다. 직장내 폭력이 다양한 양상으로 보이고 있지만 업무상 폭력으로 인해 산재보험을 신청한다 해도 아직은 산재보험으로 불승인되는 비율은 성희롱을 제외하고는 60-87%의 높은 산재 불승인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높은 업무관련 폭력의 정신질환 관련성에 대한 거부가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정신질환의 정도가 낮다고 보는 것인지, 산재보험이 아직 폭력과 정신질환을 연계하여 인정하는 것을 개방하기 어려운 구조인지는 향후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폭력은 정신질환을 낳고, 직장내 폭력은 상사/동료/고객 등 다양한 가해자로부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피해자인 근로자가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직장내 폭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직장내 구성원간 경직된 위계관계가 직급이 낮은 직원들을 통제하고 하대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서로 소통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을수록,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개인이 아닌 조직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제가 없을수록 내부적으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당 조직이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변화를 보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조직에 갇혀 있을때도 폭력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돈과 권력에 중점을 두고, 돈과 권력이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다른 계층의 사람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룰이 강해질수록, 이러한 문화가 직장조직과 문화에도 파고 들어가 폭력 발생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유럽 국가에서는 폭력을 근로자의 건강을 해치는 매우 위험한 요인이라고 보고 직장내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폭력 발생시 사후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직장내 개인은 독립적인 개인이며, 한 가족의 남편이나 아내, 딸과 아들이기도 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사람으로 직장내 폭력 예방방안이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정진주 교도
사회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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