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인호는 그의 소설 '유림'을 완간하며 "세상을 보면 저마다 자기 생긴 대로 살아가지만 사람 노릇 잘 하는 '된사람'이 돼야 한다"고 탈고의 감상을 말했음을 기억한다. 그는 예수와 부처, 공자로 대변되는 세계 3대 성인 중 공자가 가장 처진다고 생각했으나 '유림'이란 작품을 통해 "공자야 말로 철저히 생활 속에서 이상을 실천하고자 했던 치열한 성자였다"며 "초월적 자아를 꿈꾸며 헤매기 보다 '된사람'이 되는 길을 증명한 성자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글을 접하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된사람일까?' 그 화두가 마음에 점두됐다.

4월20일, 조계종단 94개혁불사 20주년기념식에 20년 전 개혁을 성사시킨 주체들과 많은 사부대중이 참석하여 지난날의 공과를 점검하고 눈시울을 붉혔던 현장을 목격했다.

이 자리에서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당시 법제위원장)은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다"며 "정화와 수행을 통해 절제된 인격체라야 혁신의 그릇을 담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출가해 교단에 살며 스승으로부터 무수히 들었던 법문을 '한마디로 집약해 보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심법(心法)'이란 두 글자로 표현하고 싶다. 곧 '마음 씀에 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교법으로 단련된 인격을 갖춘 사람이 원불교의 된사람이다'는 뜻이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의 실상은 '자신성업봉찬'임을 대산종사는 오래전 설파했다. 우리가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교화대불공의 동력도 교단개혁의 비전도, 법위향상운동의 핵심도 다 이 '심법'에서 비롯한다.

곧 교역자가 스승이 되어지고, 교도들이 세상의 지도자가 되는 길, 지자와 공도자가 바로 서고 훈훈한 법정이 건네는 교단, 그리고 '교단'이란 울을 넘어 '회상'에 대한 자각이 점차로 커지는 것, 이 모든 것은 각자 각자가 따뜻하고 엄정한 심법을 갖추는 길, 그 길 외에는 없다.

스승께서는 이미 경전에 불보살의 심법, 자비의 심법, 법위의 심법, 사제의 심법, 동지의 심법, 대의의 심법, 법가지의 심법, 재가 출가의 심법, 주인의 심법, 생사의 심법, 공부인의 심법 등 매우 구체적으로 실례를 증거했다. 이것이 우리가 전승 받은 거룩한 자산이며, 각자 각자가 증명해야 할 위대한 '심법 DNA'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선종을 앞두고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란 유훈을 남기며,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그의 '친전'에서 밝히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진실된 말씀이다.

교법을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생활로 내려오게 하는 작업이 바로 '심법'이다. 그래서 대산종사는 '평떼기 공부, 기질변화'를 유독 강조하신 것이다. 교법으로 잘 익은 사람, 그 '된사람'이 바로 내가 되고, 그 사람이 100년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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