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편견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되길

▲ 서울시청 장애인자립지원과의 최수연 주무관의 곁엔 늘 그를 지키는 안내견 '온유'가 있다.
2012년 서울시는 장애인 채용 비율을 3%에서 10%로 늘리기로 하고 '장애인 희망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 합격자 수를 늘리는 한편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는 시험 시간을 일반 시험시간의 1.5배에서 1.7배로 늘렸다. 2년간의 철저한 시험준비로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공채에 당당히 합격한 서울시청 장애인자립지원과 행정공무원 최수연 주무관. 그의 곁에는 온종일 그를 지키는 안내견 '온유'가 있다. 시각장애인안내견을 전문 양성하는 삼성화재를 통해 2012년 12월부터 그와 함께하게 된 온유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출·퇴근길은 물론 업무시간이나 식사시간까지 온종일 그의 곁을 지킨다. 광학문자판독기, 전자독서확대기, 점자라벨기 같은 신기한 보조 기기들보다 최 주무관 옆에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온유의 전용좌석은 서울시청사를 시민에게 개방을 한 뒤로 명소가 됐다. 13세 때 신경 위축으로 1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내 일터는 세상연결하는 희망다리'라고 말하는 최수연 주무관과 안내견 온유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각장애 1급, 언제부터 장애를 갖게 됐나

시각장애인이 된 것은 초등학교 졸업 무렵, 13살 때였다. 6학년 겨울방학 때 2~3개월만에 시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빛과 형체 정도만 감지할 수 있게 됐다. 의사가 시력이 회복될 수 있다고 해 초등학교 졸업 후 2년 간 휴학을 했지만 시력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 뒤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입학해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 장애를 극복하고 공무원이 되고자 한 이유

사람들이 '장애'를 극복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이 마음에 명확하게 잘 다가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일하면서 사회의 필요한 구성원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공무원이 되고자 한 것도 바로 이런 생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직업을 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장애인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다르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기회가 박탈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시험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아 채용될 수 있도록 장애 특성에 맞는 편의(점자시험지, 음성컴퓨터 등)를 제공해 준다. 아마 이것이 내가 공무원이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시민의 삶이 불편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모든 시민들에게 '필요한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도 잘 맞았다.

- 공무원 시험준비와 시험은 어떻게 진행했나

공무원시험은 주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준비했다. 아무래도 시각장애가 있다 보니 낯선 곳을 이동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주로 집에서 공부를 했다. 교재는 복지관에 의뢰해 파일로 만들었고, 그 파일을 컴퓨터에 설치한 음성프로그램으로 읽으면서 공부했다. 기본적으로 시중에 있는 교재들은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부를 하려면 모두 복지관에 의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복지관에서 파일로 제작하려면 아무리 짧아도 1~2달이 소요되서 공부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힘들었다. 다행히 시험은 서울시 측에서 점자시험지 및 음성지원컴퓨터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치를 수 있었다.

- 온유와 함께하는 삶은

온유는 4살 수컷 레브라도리트리버로 첫 만남은 2012년 10월 초다. 온유는 출·퇴근을 도와주고 있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온유가 피해주고, 계단이 나타나면 계단 앞에서 온유가 멈춰 서서 알려준다. 특히 익숙한 길 같은 경우, 온유가 척척 안내를 잘 해주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사무실에서 온유는 옆자리에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굉장히 밝고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쓰다듬어 주면 기분이 좋아 꼬리도 흔들고 점심시간에는 함께 시청 주변을 산책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모두 온유를 예뻐해 줘서 온유도 즐겁게 지내고 있다.

- 서울시청 장애인자립지원과에서 맡은 일

현재 저소득 중증장애인들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전세주택 보증금을 지원해 주는 일과 장애인들이 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체험프로그램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 밖에는 여성장애인 교육 사업과 직원 교육 관련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7개월 째에 접어들고 있는데, 이제야 일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에 어려움이 있거나 모르는 일이 있으면 경험이 많은 주변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느 때는 너무 쉬운 것까지 질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열심히 배워야 다음에 나도 다른 직원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우며 일하고 있다.

- 비장애인들이 유의해줬으면 하는 점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대의 지하철은 사람이 많아 발 디딜 곳 없이 붐비기 때문에 온유와 다니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일부러 혼잡한 시간대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간혹 일부 승객들이 지하철에 개를 데리고 다닌다면서 쓴소리 하는 경우가 있어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온유에게 기특하다고 해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는 점을 유의해 줬으면 한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함부로 만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모두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나는 현재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 잘 해내고 싶다. 이런 모습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일하는 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아직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준다든가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도 도전할 상황이 오면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하는 것은 도전 앞에 망설이는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설사 내가 도전해서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얻는 것이 있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퇴보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상투적인 내용이지만, 막상 삶에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고, 이 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최수연 주무관과 안내견'온유'. (사진제공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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