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죽음에 대해 인식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장례의향서를 미리 써두어 장례방법을 챙기는 사람부터, 임종체험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고 설계하는 젊은이들까지 다양하다. 2012년 일본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중 하나는 '슈카츠(終活)'였다. 우리말로 하면 '끝내는 활동' 즉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은 국민의 30%가 독신세대로, 매년 3만명 이상이 고독사 한다. 또한 후꾸시마 원전과 같은 자연재해가 잦아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했다. 이런 분위기는 '슈카츠'에 대한 관심이 노인세대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확산됐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세계 최고의 저 출산이 심화되는 핵가족화는 언제든지 일본과 같은 현상들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중간 점검한다는 생각이 크다.

금년만 해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가 잊혀지기도 전에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온 나라가 슬픔 속에 빠져있다. 꿈을 펼쳐보기도 전인 젊은이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고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 평소에 죽음에 대한 생각과 교육이 이뤄졌다면 심리적 트라우마를 줄일 수도,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태산대종사는"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해야 죽어갈 때 바쁜 걸음을 치지 아니하리라"했다. 물론 법력의 보따리를 챙기란 뜻이 크지만 현실도 잘 챙기란 뜻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죽음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초보단계라 할 수 있다. '4'란 숫자가 '사(死)'와 발음이 같다고 층별 표기에서 조차 빠질 정도로 죽음 자체를 금기시해왔다. 미국은 이미 1970년대에 공교육에서 학과로 개설되어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를 가정하여 토론을 통해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경산종법사는 손방 3단과의 단회에서 '천도학교' 개설을 주문했다. 아름다운 삶을 살도록 교당에서 돕는 역할을 하라는 뜻이다. 교단내의 대표적 프로그램은 정릉교당 최규선 교무가 개설한 '생사캠프'와 영모묘원 최도운교무가 진행하는 '죽음준비 교육과 생사체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시켜 교당마다 '천도학교' 개설이 무리라면 교구 내 훈련원에 '천도학교'를 상설해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생사관을 체득하게 하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