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 카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계속적인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과거의 기록에 존재하는 사실 중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은 역사가가 판단하기에 역사적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E.H 카는 주장한다. 그만큼 기술사로서 역사가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교단은 미약한 역사이지만 적지 않은 자료와 잘 기술된 〈교사〉 등으로 후대에게 교단을 물려주고 있다. 최근 발간된 백상원 교무의 〈작은 거인 Little Giant〉과 김일상 교무의 〈나의 꿈, 나의 삶 교화〉는 교화의 역사책으로 훌륭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두 권의 책을 출판사에서 구입한 뒤 바로 탐독하며 두 분의 삶을 뒤쫓아 가봤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 권은 해외교화의 눈물겨운 삶이, 다른 한 권은 교무로서 고뇌와 숨 막힐 정도의 정교한 자료가 감탄을 절로 나오게 했다. 물론 두 교무의 삶이 교단 역사에서 한 복판에 있었기에 더욱 주목을 받는다. 쉽게 읽혀지는 글이지만 다시 보게 되고 새겨지는 대목들이 수두룩했다. 두 분은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취는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의 옛 선사의 시처럼 후배들에게 교화의 길을 친절히도 가르쳐주고 있다.

사실 일생을 정리하는 데 있어 교단의 전통은 후래 제자들이 스승의 열반을 당한 후 몇 년 지나 정리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왔다. 자신의 역사가 아니라 제자들에 의해 기술된 역사로 교단에 내놓아졌다. 우선 두 권의 책은 이에 반해 살아생전 일생을 생생한 기억력과 자료를 통해 정리했다는 데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후배로서 훌륭한 선배 교무와 같은 세대를 살았다는 데 자긍심이 든다. 두 분이 바라는 것은 내 책을 보고, 나를 능가하는 후진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일 게다.

해외교화를 꿈꾸는 재가 출가교도나 교화에 전심전력하려는 교역자에게는 안내서처럼 다가오는 것도 두 사람의 염원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교화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두 권의 책에는 희망과 비전으로 가득차 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미래교화를 논하기 전에 선진들이 걸어온 옛길을 돌아보자. 곱씹을 거리들이 도처에 산적해 있다. 오래된 미래, 무형의 자산인 교화자의 삶이 잘 계승될 때 교단의 역사도 발전할 수 있다. 교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라면 한번 쯤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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