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문 교도/대구교당
논설위원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의 침몰사건으로 대한민국이라는 '희망호'의 침몰현상에 대한 놀라움과 국가재난안전 및 응급구조대응시스템의 허망한 실체를 경험하게 되면서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만 침몰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도 함께 침몰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함께, 침몰하는 '대한민국호'에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선장이 보이질 않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세계 어떤 사건에서도 선장 이하 선박직 직원 전원이, 승객구호 조치의 기본 책무를 팽개친 채 저희들만 살아서 도망쳐 나온 이러한 잔인한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는 사례이다. 배와 승객의 생명을 최후까지 지켜내는 항해 종사자로서 사명감이나 명예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우리의 해양 전통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며 세계적 비난에 직면하게 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대한민국에 정부는 없다'라는 자괴의 목소리까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세월호 침몰 현장의 구조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총체적 부실 재난대응은 피해자 유족 뿐 아니라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우리 사회의 숨은 병폐가 이 사건을 통해서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그간 한국은 세계에 으뜸가는 민간부문의 역동성과 활력을 바탕으로 한류문화를 꽃피우며 전파하는 등 경제 문화적 위상을 세계 속에 심으며 국민적 자긍심 또한 크게 높아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급속성장 이면에 잠복해 있던 숨은 병폐들이 적나라하게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그릇된 의식의 정치인을 비롯한 무능한 관료집단과 관피아의 병폐확산, 주권자로서 권력 감시에는 소홀하며 개인적 이기에 젖어 상생의 공동체적 삶에는 무관심했던, 개인주의와 배금주의의 팽배 또한 그 중심 원인역할을 하였다.

세월호 사건의 정확한 진단과 책임규명으로
희망의 '대한민국호'를 건설하자

권력남용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언론 본래의 기능 또한 최근 KBS 사장에 대한 퇴진요구사태 초래 역시 관행화 된 관언유착 등 언론의 독립성 훼손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언론이 그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함으로써 일정부분 세월호 사고에 책임이 있음을 말한다. 사실은 나와 같은 개개인의 책임 또한 결코 작지 않음을 각성하게 된다. 세상의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 이유야 어떻든 바른 사회와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나 자신이 그 개선에 먼저 앞장서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 사회구성원 모두에게도 숨은 책임이 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이번 세월호사건의 사망·실종자가 304명이라는 엄청난 인명사고 숫자에서, 해경이 한 사람도 구조해 내지 못한 사실은 대외적 국가신인도 추락을 가져 온 반면 안전이 곧 국익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시스템개조 필요성의 한 예로써, 일본의 해난 구조율이 96%에 달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준법의식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평상시의 철저한 교육훈련의 결과임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비해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해경잠수요원 7명이, 대기중이던 목포 해경전용 부두에서 출발하여 해경 1508함으로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첫 구조신고 접수 시각인 08시 52분으로부터 무려 2시간 23분이 경과된 11시 15분경에야 도착하므로써, 긴급구조의 황금시간대를 놓쳐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피아 문제의 적폐 해소 및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과 제도 전반의 재정비를 거친 후, '희망 한국호'로 거듭나는 대한민국을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비롯한 범국민적 철저한 법규준수 훈련에 바탕한 안전의식 제고를 통해 진정한 평화와 안정국가로의 재탄생을 기대한다. 아픈 마음을 추스리면서 다시금 세월호참사 피해 영령들의 완전한 해탈천도 축원과 함께 피해 유가족들의 아픔에 마음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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