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기록관리실에서 분류 중인 다양한 기록 생성물.
과거에는 역사의 기록을 사관이 맡아 쓰는 일을 했다. 현재는 역사를 편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정해주거나 스스로 정해지기도 하며, 누구나 역사 기술을 하는 보편화 현상을 보인다. 또한 개개인의 기록정보를 수집해 통합하여 하나의 역사로 만들기도 한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인터넷 통신망은 상상 할 수 없는 많은 기록 정보 조각들의 홍수시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얻어 보려고 검색해보면 온갖 쓰레기 같은 내용들이 난무하다. 어느 데이터가 정확한 정보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또 부정확한 자료들로 인해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에 많은 시간과 인적 자원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수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막강한 정보력을 갖추려면 각자가 기록을 생성해 낼 때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떤 생각으로, 왜'를 입력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되며 정보 가치의 결정요인에 많은 영향을 준다.

교단 내에는 중앙총부와 각 기관 각 단체에 수많은 업무자들이 제각기 일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하거나 일지를 쓰는 등 역사가 되는 기록을 생성해 내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일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성하는 기록들은 컴퓨터 저장 장치에 쌓여가고 있다. 또 그것들은 일부 보고된 후, 모든 데이터를 안전하게 백업장치에 보관하고 있지만 그것이 역사적으로 정보적 가치나 증거적 가치를 얼마나 가질지는 심히 염려된다.

초기교단의 회의록과 일지를 통해 보면 서기나 일지기록자들은 기록에 대한 학식과 인식이 철저했음을 엿볼 수 있다. 회의록에는 언제, 누가, 어떻게 등 당시의 정황과 회의내용을 요약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당시의 의사결정 사항과 왜 어떻게 결의했는지 사실적 증거적 역사적 가치가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일지 또한 사실적으로 증거 할만하고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의 회의록은 다르다. 녹음기로 녹음을 해 회의록이 아닌 녹취록에 가깝고, 결의한 의제와 결정된 사항만을 작성한 결의록이 있으나 기록자가 당시의 정황을 기술하거나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의사결정이 되었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요약 기술되어 있지 않다. 이를 활용 할 때에 그 녹취록을 다 읽어보지 않는 한 결의록만 가지고는 행한 바를 정확히 판단이 어렵다. 과거를 근거로 현재의 정책적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일지는 업무자 각자 또는 부서나 단체 서기가 작성을 하지만 그 기술된 내용을 보면 각자가 자기업무는 자기방식대로 쓰고 있으면서도 공통적인 내용이나 반복적인 사항 등은 누락되는 경우가 많으며, 업무 건에 대해 여러 사람이 관여 될 때에는 종합적이고 요약적 역사적 기술은 빈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혁을 현대용어로 바꿔버리는 문제가 발생된다.

교단 표준연표 사업을 진행 할 때와 표준연표 위원들이 연표작업을 할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사적 근거가 되는 보고서, 일지, 회의록을 보고 근거하는 데에 문제가 많이 발생되었고 현재까지도 미진함이 남아있다.

문제의 핵심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일어난 때와 장소 그리고 기간이 여러 사람이 각자의 개념과 견해로 작성한 연혁, 보고서, 일지, 회의록에 간간히 다른 부분들이 많이 나와 표준연표로는 근거하기 어려운 점이다.

또한, 당시에는 교당을 일컬을 때 지부라 했는데, 현재의 개념으로 교당으로 표기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연혁을 정리하면서 현대적 용어로 바꿔 버리는 등 다양한 기록의 차이로 사실적, 증거적 확보에 많은 문제가 되어 그 기록들은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교단의 구성원들은 올바른 기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기록방식에 대해 전문교육을 받지 않았다.

또한 순환인사로 인한 근무환경의 급변, 담당업무 또한 다양해 적응에 급급한 면이 없지 않아 기록 관리에 대해 열악한 현실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교단이 지금이라도 기록생성에 대해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은, 시대가 이미 변해 사관만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을 인식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교무 부터 기록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 현 업무를 위한 기록관리시스템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 일이야 말로 미래 교화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또한 시간적 재정적 손실을 막는 일도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특정한 사람만이 역사를 기록했으나 현대에는 누구나 다 역사를 기록한다.

이에 교육과정부터 기록정신을 기르게 하고 업무시스템을 개선하며, 업무자에게 철저한 기록정신을 인식시키는 것이 미래교화의 기반이 되고 교단 발전 또한 보장된다.

<원불교기록관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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