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교도/분당교당(논설위원)

세월호 침몰참사(慘事)를 보면서 국민들은 더 없는 슬픔과 실의에 빠져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대재앙 앞에서 하나같이 참담한 자기상실감과 정신적 공황(恐慌)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이번 참사의 배경과 수습과정을 통해 드러난 전반적인 국가기능의 부실과 무능 무책임, 그리고 뿌리 깊은 사회의 비리와 비도덕적인 현상들은 급기야 이제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근본적인 국가개조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온 나라가 무겁게 들끓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세월호의 참사를 보면서, 1807年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敗)한 조국 독일을 향하여 '독일국민에게 고(告)함'이라는 제목으로 피를 토하던 철학자 피히테(Johann Fichte)의 말을 새삼스럽게 떠올린다.

그는 독일이 패망한 근본원인은 '독일의 군대가 약해서가 아니라, 도덕과 정의가 실종된 독일사회의 끝없는 이기(利己)와 모순 때문이라고 갈파하였다. 그리고 특히, 당시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적 의식과 사리사욕을 위한 행동이 나라를 망친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새로운 인간개조를 위한 국민교육의 재건과 도덕의 재무장이 급선무'라고 역설하면서 '도덕적 무장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국가혼(國家魂)을 길러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그리고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실천하자!"고 외쳤다. 가히 바로 지금 우리들이 가슴을 열고 똑바로 새겨들어야 할 충언(忠言)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이번 세월호의 참사는 '우리 모두의 침몰' - 그 가공할 현장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각성과 반성을 하게 해주었다. 근거 없는 자만과 허황한 자기 과신으로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현실인식의 늪에 빠져 있었던 우리들 자신의 실체와 실상을 똑바로 돌아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그러한 우리의 현실을 무작정 경멸하고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관념이나 교훈 따위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사회·국가의 혼, 새롭게 세우는 정신개벽
종교인들의 큰 각성과 분발, 진정한 목탁돼야


이제, 우리는 모두 다시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무릇, 시련이 크면 클수록 더 대단한 민족적 의식과 각성으로 다시 일어섰던 우리다.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어 무엇이 오늘의 아픈 현실을 딛고 일어서서 내일을 향해 달려 나갈 수 있는 길인지를 진지하고 진솔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새로운 정신과 도덕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뿐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똑바로 스스로의 자아를 바라보고 새롭게 태어나 진정한 참인간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 그 것 말고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누구나 자신을 지성인이요 바르고 정직한 양식인(良識人)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든 일은 원칙에 대한 가치와 소신, 뚜렷한 목표와 신념이 있는 한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이제 우리는 최소항의 도덕적 기준과 원칙에 충실하여야 한다. 원칙과 진정성이 없는 일시적인 꼼수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각자가 달라진 사회구조와 의식세계에 걸 맞는 자기역할을 다 해야 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기본을 다시 세우고, 평범한 진리와 양식의 바탕을 충실하게 다져나가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상과 정의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열린 후론티어의 길만이 있을 뿐이다. 근거가 빈약한 자기우월주위나 지나친 자기중심주의적 이기(利己)는 반지성적 기회주의자는 될지언정 진정한 자아와 사회정의를 세우고 완성해 나가는 참 인간형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도덕과 국민교육으로 흐려진 사회와 국가의 혼을 새롭게 다시 세우는 정신개벽의 큰 빛을 더욱 밝게 밝혀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들 종교인들이 더욱 더 큰 각성과 분발로 사회의 진정한 경종과 목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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