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성효 교무 / 유성교당(논설위원)

올해 6·4 지방선거에서 전국 단위 선거로는 처음으로 실시된 사전투표제도는 편리하고 좋았다. 과거에 부재자투표를 한 적이 있었지만 번거롭고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나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투표제도의 변화가 반가웠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니 숙제를 다해놓은 학생처럼 마음이 한가롭다.

루소는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되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했는데 우리는 투표할 때조차 주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주인이 자기 집 일할 사람을 뽑으면서 급한 나머지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한다면 장차 그 집안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침몰사건과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 등 그 이후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위태롭고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나는 어떤가? 나는 되는대로 적당히 살고 있지는 않은가?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나 개인과 내가 관리하는 공동체도 점검하고 변화시켜나가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 변화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가장 먼저 나 자신과 나를 둘러 싼 여러 개의 공동체, 국가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책임자가 자신의 책임을 알지 못하거나 자기 책임을 수행하지 못할 때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 보여주었고, 우리나라의 위기관리체제가 심각할 정도로 허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우리는 아주 큰 희생을 치르면서 그것을 배웠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뛰어난 의인이 나타나거나, 놀라운 기술로 세상이 바뀌리라 생각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세상이 바뀌기를 바란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바뀌어야 한다. 모든 변화의 시작, 새로운 시대의 시작은 세상의 구성 요소인 바로 나로부터 비롯된다. 내가 바로 그 변화의 출발점이다. 자기 점검을 통해 나 자신부터 새로워져야 한다. 종교인인 우리들은 늘 신앙과 수행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단체의 가장 기초 단위인 우리 자신이 변화한다면 도무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커다란 공동체도 개미굴에 둑 무너지듯 어느 때인가는 변화가 될 것이다.

갈등이 생길 경우 우리는 상대가 변화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해서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대종사는 '세상에 어리석은 사람이 제 마음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서 남의 마음을 제 마음대로 쓰려는 사람'이라고 했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내가 변화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내가 먼저 변화되면 의외로 갈등도 쉽게 해결되고 상대가 바뀌기도 한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먼저 자신이 변화되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
세상의 구성 요소인 나로부터 비롯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갖은 방법을 말한다. 하지만 말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진정 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길 원한다면, 작은 것부터 행동으로 옮겨질 때까지 각자가 하나하나 실지의 공을 쌓아야 한다. 나와 우리, 이웃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이웃이 되고, 공동체의 좋은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시국이 어수선하니 불안하고 답답하여 밝은 지도를 받으러 왔다는 교도에게 대산종사는 "어린아이도 클 때는 아프기도 하면서 변화를 해 가듯이 이 시대도 전환기에 있으므로 좋아지려고 그러는 것이니라. 어려운 일을 계기로 전화위복이 되어 국운이 더욱 크게 열릴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변하는 이치를 알아서 내가 먼저 묵은 습관을 고치고 새로운 마음을 기르며, 묵은 제도를 새로운 제도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 세상의 주인된 사람으로서 주인의 역할을 잘 해 나가는데, 선거는 가장 중요하고 좋은 기회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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