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책임 40%, 지원은 1% 미만

정부가 소상공인 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상공인 연합회 최승재 공동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공동회장.
- 정부의 대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이번 세월호 사태에 관련해 정부가 발표한 긴급대책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겠다.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음식숙박업·여행업·도소매업·운수업 등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사건 여파에 대해 체감경기를 조사한 바가 있다. 그 결과 체감경기는 88.8%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의 76%가 작년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매출 부진이 앞으로도 6개월 이상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 감소의 영향은 차입금의 증가, 공과금 체납, 종업원을 내보내는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이러한 사태에 자린고비 경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대책을 보면 금리를 조금 깎아주거나 우대 보증을 해준다는 것, 긴급자금 몇백억원을 푼다는 것 밖에는 없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간담회를 연 적이 있는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몇백억원으로 700만 소상공인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얘기와 더불어, 어쩔 수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 이번에 발표한 민생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보나?

요즘 경제정책 제1의 목표가 일자리 창출인데, 소상공인은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700만 소상공인들은 우리나라 일자리의 40%를 책임지고 있고, 대기업은 고작 13%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기업과 수출기업 위주, 세제면에서도 대기업 감세정책만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가장 많은 일자리는 소상공인들이 책임지는데도 불구, 정부의 정책 사각지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다.

- 정부의 정책이 대기업과 수출기업에 쏠려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정책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과 세제지원인데 지금 지원 규모는 어떻게 되나?

정부의 2014년도 지원 예산은 산업지원 15.3조를 포함해 총 37조 8천억 정도다. 그런데 이 중 소상공인 지원은 전통시장 지원 예산 2300억원을 포함해서 겨우 3075억에 그치고 있다. 이것도 전년대비 11.7%가 감소된 예산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1%에도 채 못미치는 규모인 것이다. 일자리를 40% 가까이 책임지고 있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이 말이 안된다고 본다.

세제측면에서 보면, 소상공인에 대한 세제는 점점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해 재활용자원 의제세입매출 공제율을 축소, 영세한 고물상들과 폐지줍는 노인들의 수입까지 줄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음식업에 대한 공제율도 낮추고, 아파트 상가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부과하는 등 소상공인에 대한 압박은 강해져왔다. 소상공인들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심한 고통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

- 최근 개최한 소상공인 정책평가 심포지엄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두가지 의제가 진행됐다. 하나는 대중소 유통업 상생 생태계 구축 방안, 두 번째는 새정부의 소상공인 정책 평가와 과제였다. 많은 소상공인 관계자와 전문가는 물론, 정부에서도 참여해 열기가 아주 뜨거웠다. 전문가들이 사례비도 없이 재능기부를 해주셔서 감사했다.

그 안에서 거론된 내용을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 관련 소상공인 연합회가 모든 후보자들에게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관련한 10가지 항목을 발송한 바 있다.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방안으로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지역밀착형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 대책에 있어 중앙 정부의 협력도 중요하겠지만 지방정부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업·수출기업 위주 정책 비판
창업 독려보다는 자영업 강화해야

-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금 및 세제지원, 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 면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을 봤을 때,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관한 내용이다. 어떤 내용인가?

쉬운 예를 들면, 우리가 권투나 레슬링을 할 때 체급별로 나눠서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거다. 그것이 당연한 상식인데, 대기업들이 자꾸 치킨이나 분식, 피자 등을 만들어 팔면서 그것을 생업으로 여기는 소상공인들을 벼랑으로 밀고 있는 거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발성장시대에 엄청난 정부와 국민들의 혜택과 지원을 받은 대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다른 대기업들과 경쟁해 성과를 이뤄야 하는데, 이 헤비급 선수가 링 위에 올라와 소상공인과 같은 플라이급 선수들을 위협하는 골목대장 노릇을 한다는 것에 화가 난다.

이런 측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 등의 역할이 중요한데, 여기에 정부가 적절히 개입을 해서 조정을 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 동반성장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얼마전만 하더라도 몇몇 업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는 뉴스를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잘 듣질 못하는 것 같다. 현황이 어떠한가?

3년 전에 최초로 지정을 했었고, 곧 3년만에 재지정하는 공청회가 열린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이 끊임없이 이 중소기업적합업종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다. 또 한가지는 그 당시 제조업 위주로 지정을 했는데, 도소매 유통업 쪽에서도 골목상권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도 적합업종으로 지정을 해달라고 하는 입장이고, 대기업에서는 안되게 하려는 입장이다.

그런데 동반성장위원회는 법적인 효력을 가지는 주체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권장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여론이 좀 생기면 사회적 합의를 하는 척 하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대기업들이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이런 틈을 타 오히려 본인들의 영역을 확장하며 소상공인 분야를 침범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 대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의 적절한 타협이 필요할텐데, 쉽지는 않아보인다.

무엇보다도 상생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

- 소상공인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에 더해 생업걱정으로도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특히 사고지역인 안산지역의 상황은 어떤가?

소상공인 단체에서 안산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재능기부도 하고, 제과협회에서 빵을 3만개 기부하기도 했다. 안산지역을 직접 돌아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안산 소상공인들은 경제상황이 바닥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업종으로 본다면 빵집, 슈퍼마켓, 음식점, 숙박업 등에서 매출이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어떤 음식점 주인은 매출이 절반으로까지 줄어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벼랑 끝인 상황이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시점이다.

-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보나?

우리나라 인구 대비 소상공인 비율은 OECD 평균의 두배에 달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의 지원은 아직까지도 소상공인들의 창업만을 독려하는 상황이다. 이런 다산다사형 대책은 결코 옳은 방향이 아니다. 이는 기존의 소상공인과 창업자 모두를 죽이는 길이다.

소상공인들이 몰락하고 있다. 2012년 중 백만명에 가까운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했다. 이는 사업자등록을 한 소상공인 중 16%인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포장마차 등을 합하면 더욱 많은 수치가 될 것이다.

또한 부채문제도 심각한데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경우, 평균 1억2천의 부채를 지니고 있다. 자영업자가 망하면 집도 뺏기고 길거리로 나앉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약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 가족이 몰락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소상공인들이 대거 몰락을 하면, 정부로서는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러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에도 문제가 생기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의 심도있는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며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해 연말 발표된 국가 연구들에서 자영업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언제는 창업을 독려하며 많은 소상공인을 낳았으면서, 이제 와서 인구 대비 비율이 높다고 없애려고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제까지의 창업 지원 정책에 대한 책임은 지면서 창업 지원을 줄여가야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일시적 쇼크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이미 기존의 자영업자들에게는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자료제공/원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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