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일하게 외우는 종합편성채널이 있다. 채널 15번, 한 종편방송에서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9'이다. "힘없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힘있는 사람이 두려워하는 뉴스, 그렇게 가겠습니다" 그의 다짐이었다. 그러나 나는 종편방송 보도국 사장에 취임한 그에 대한 실망을 앞서 했던 터다. 그래서 그의 뉴스 시작을 두고 오해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는 뉴스9을 중심으로 공중파에서 다루지 않는 다양한 사건들을 보도하며 신뢰를 얻어갔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 민감한 사안도 다뤘다. '균형'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다각적인 접근과 균형 맞추기는 방통위의 징계로 이어지기도 했다.

뉴스9은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에서도 달랐다. 거추장스런 세트를 완전히 배제했다. 최대한 단출한 모습으로 그는 회색빛 양복 한 벌로 닷새간 뉴스를 전달하며 시선을 온통 팽목항에 쏟게 했다. 평소 냉정하고 침착하기로 소문난 그도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며 10초 침묵 그리고 눈물. 비통한 일에 그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뉴스9이 팽목항에서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전달하면서, 그 중심에는 바로 희생자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딱한 뉴스보도의 형식 대신 최대한 소소한 형식을 유지하며 오로지 정보에만 시청자가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모습을 나 또한 각인했다. 뉴스9은 이후 다양한 사건들과 인터뷰를 전하면서 무엇보다 '진정성'을 전달했다.

이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공중파 뉴스도 외면한 최선의 문제를 언론답게 다룰 줄 아는 '용기'. 그의 뉴스가치는 한 사람의 리더가 주는 용기가 얼마만큼 변화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느끼게 했다. 물론 Live 형식의 제작진행으로 기자들의 매끄럽지 못한 보도와 전체적인 CG, 그래픽 등 보완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많은 이해관계를 다루는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이고 이를 위한 공정과 균형적 접근이라면 뉴스9의 브랜드는 분명 영향력이 있다.

언론인에 대한 정체성은 현직에 있는 많은 기자들이 고심하는 부문이다. 언론인이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능인이 아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바른 가치관과 판단기준. 깨닫기가 쉽지 않고 실천하기는 더욱 어렵다.

뉴스9을 시작할 때 그가 직접 쓴 나레이션 문구가 떠오른다. '힘겨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참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가운 시선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제 뉴스9이 가지려 하는 것은 진실의 힘입니다. 왜곡되거나 가려지지 않은. 그렇게 함으로써 건강한 시민사회의 편에 서겠습니다.'

이런 그의 약속이 끝까지 지켜지길 바란다. 언론에 몸담고 있는 후배가 선배인 그에게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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