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문주 교사/도동 초등학교
얼마전 집에서 영화 한편을 봤다.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라는 신규교사 태커리가 별난 아이들 만나 생활하는 과정을 다룬 고전 영화다. 영화보는 내내 원경고등학교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에 상담관련 강의가 개설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욕심이 생겼다. 마음공부로 철저히 무장된 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파견근무 중이라 학기중에 시간이 있었기에 흔쾌히 결정했고, 또래상담 강의를 중심으로 해보겠다고 했다.

영화 속 영국 런던 빈민가 고등학교에 태커리 교사가 부임한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교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여러 수작을 건다. 원경고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영화의 장면과 참 비슷했다. 일주일에 한 시간, 40여명을 한꺼번에 만나 제대로 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처음엔 호기심반으로 삐딱하게 대해주던 아이들, 그들의 마음이 점점 느껴지면서 난 이 시간에 내 인생의 승부수를 걸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난 패배자다.' 이들에게 내가 가진 모든 프로그램을 총체적으로 접목하여 또래의 중요성과 인생 목표 설계를 돕고자 했다. 마술, 웃음, 요가, 노래, 시낭송, 게임 등 그들의 관심을 끌어내어 감동을 줄만한 것들로 준비를 했다.

'마음공부로 단단히 무장 된 내 실력을 발휘할 천혜의 기회다.'

그들 속에서 나를 봤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나의 마음을 봤다. 그들은 또래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상담받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인데 내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하고 있구나.' 내가 그들의 행동에 마음이 끌려가기보다 내 마음 바라보기를 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체크해봤다. 그래도 답답했다.

첫 날 나에게 딴지를 걸었던 몇 아이들이 잘 따라준다. 하지만 자기 마음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했다.

"너 왜 요즘 나에게 좀 더 갈구지 않는 거냐?", "아니 선생님에게 갈구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선생님 처음 보네예. 알겠심더, 좀 갈굴게요."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아이들이다. 교사 태커리는 아이들에게 그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고독, 엄마의 출산, 가난 등 역경을 이겨낸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하자 그들도 다가왔다.

원경고 아이들도 그랬다. 처음엔 교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엉뚱한 짓도 보였다. 조용히 다가가 어깨를 툭 쳐 주면 성을 내면서도 마음을 보여 주었다. 나의 고달팠던 성장기를 이야기해주면 진짜냐고 되물었다. 그들이 딴짓을 하는 것은 곧 마음이 힘들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자기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교과서 수업이나 진도 나가는 수업은 큰 의미가 없었다. 또래상담 내용에 맞춰 보다 수준높은 수업기술을 요구 했다. 태커리 교사도 교재를 제껴두고 삶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학습 주제를 그들의 질문에서 끌어내었다. 그들의 생활 문제가 곧 수업 내용이었다. 마음을 알아주고 용기와 격려를 주는 교사, 그가 태커리 교사였고 나 또한 그런 교사라고 자부하며 살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힘들고 고달팠다. 이번 수업에 대한 아이들 반응은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2학기에는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하니 아이들이 다시 와 달라고 요청했다.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괜히 어리광 피우는 거라고 했다. 그들의 마음을 알고 감동했다.

아이들을 위한 시낭송 지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내 의도와는 다르게 교육청에서 초등학교로 복귀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제 이 학교로 올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제 겨우 친밀해졌기에 2학기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상담해줄 계획까지 세웠는데, 이들을 계속 가르치고자 한다면 초등교사를 그만둬야한다고 했다.

태커리도 갈등이 많았다. 하지만 졸업파티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감동적인 무대를 보고, 이보다 더 보람있는 직장은 없다고 여기며 이직 발령장을 찢어버렸다.

현실속 나는 초등학교로 돌아왔지만 잠깐 동안 연구직으로 있으면서 진짜 마음을 읽는 활동을 경험했다. 이 경험들이 초등학교 현장에서도 빛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모두가 환하게 웃을 때까지, 나는 언제나 태양같은 뜨거운 교사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