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가족은 캠핑 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지난주는 동강 전망이 보이는 강원도에서 캠핑을 즐겼고, 이번 주는 변산 고사포 해변에서 캠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금은 답답하기도 한 도시에 내내 있다가 초록으로 뒤덮인 자연 속으로 가면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도 장난감 하나 없지만 집에서 보다 훨씬 밝은 표정으로 지루할 틈 없이 즐겁게 논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자연의 품속에서는 업무에 따른 일과가 아닌 자연의 흐름에 따른 하루를 느낄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피부에 닿는 바람의 감촉과 해질녘의 노을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람의 감촉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여름에만 캠핑을 다니고 있지만 조금 더 크면 계절에 상관없이 캠핑을 다닐 계획이다. 아파트라는 획일화 되어버린 현대인의 주거문화 속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아파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온전한 하루를 보내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 기울이고, 냄새로 맡아보며 살아있음을 느껴보고 싶다.

사계절을 표현한 음악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바로크시대의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를 떠올릴 것이다. 비발디는 작가를 알 수 없는 사계절에 관한 짧은 소네트(짧은 시)를 현악기의 합주로 성실하게 묘사하였다. 그 소네트의 내용은 각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봄의 1악장에 적혀있는 소네트는 다음과 같다. '봄이 왔다. 새들은 즐겁게 아침을 노래하고 시냇물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흐른다.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와 번개가 소란을 피운다. 어느 덧 구름은 걷히고 다시 아늑한 봄의 분위기 속에 노래가 시작 된다.'

비발디의 사계는 각 계절이 3악장씩으로 구성돼 총 12악장의 곡이다. 각 악장에 소네트가 있어 곡의 이해를 돕고 있다.

사계의 유명한 악장들은 봄의 생동감, 여름의 역동성, 가을의 풍요로움, 그리고 겨울의 매서운 추위 등 보편적인 계절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지만 소네트와 함께 전곡을 감상해 본다면 각 계절이 주는 여러 가지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비발디 외에도 사계를 표현한 음악가가 많이 있다. 낭만시대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12개의 성격적 소품이라는 곡으로 월간 음악잡지에 매달 그 계절에 어울리는 곡을 한 곡씩 작곡했다. 1월은 난롯가에서, 10월은 가을의 노래 등으로 계절에 어울리는 부제가 붙어있다.

특히 이 계절인 6월 뱃노래가 가장 유명하고 익숙한 선율을 들려주고 있으니 꼭 한번 감상해 보면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계는 탱고음악의 거장 피아졸라의 사계이다.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의 작곡가로 유럽이민자들의 고단한 일상을 달래던 춤음악이었던 탱고를 클래식과 접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만들었고, 한나라의 춤음악이었던 탱고를 세계적인 음악의 한 장르로 격상시켰다. 대표작인 리베르탱고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클래식음악이 되었다. 그의 곡 사계의 원제목은 '네 계절의 포르테냐'로 아르헨티나의 민속음악인 표르테냐로 사계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곡의 부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로 아르헨티나의 수도이자 항구도시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계절이 변함에 따라 오는 독특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사계절의 구분이 점점 없어지는 듯 한 불안감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는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각 계절의 느낌은 많은 음악가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잠시 여유를 내어 이런 곡들을 들으며 사계의 변화에 감사하고 천지은의 은혜를 느껴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천지 보은행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극히 밝고, 지극히 정성하고, 지극히 공정하며, 순리자연하고, 광대 무량하며, 영원 불멸하고, 길흉이 없으며, 응용에 무념한 그 천지의 도를 생각하며 위대한 음악가들의 사계를 감상해 보길 권해본다. 유월도 가고 있다.<강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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