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원심 교도/대전교당

원기91년 3월1일 보문산에서 100년성업 기도가 있었다. 기도를 마치고 집에 와서 기도문을 보면서 여기서 기도를 멈춘다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를 해도, 안 해도 시간은 흘러갈텐데 어찌해야 이 기도를 쉬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왜냐하면 나에 대한 믿음이 서지 않았고 평소 나태와 친했기 때문이다. 늦잠꾸러기에 몸도 많이 힘들어 했기에 마음만 있었지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영생을 통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교무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동안 난 아무것도 몰랐고 그저 인과라는 것 정도만 살짝 알았으므로 교전봉독에도 정성이 없었고, 기도나 좌선도 할 줄을 몰랐던 때였다.

'영생공부', 이 단어가 잠자던 나를 깨웠던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정전>에 다 밝혀있는데도 공부길이 잡히지 않아 어찌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벅차고 미약한 나의 정신으로는 해내기가 어렵다고 생각이 돼 그저 답답하고 숨만 막혔다. 그래도 마음을 챙겨 좌선과 기도를 시작해 보았다.

어느 날은 좌선을 한다고 앉아있는데 졸리기에 무릎 꿇고 해보았다. 그런데 그만 무릎을 꿇은 채 잠이 들어 한 시간을 훌쩍 흘려보낸 적도 있었다. 또한 옆의 도반에게 같이 한번 해보자고 권하여 새벽에 교당으로 향하기도 했었다. 1시간 정도 걸어서 다녔다. 처음에는 귀찮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같이 다녀보자는 제안을 내가 했기에 빠질 수가 없었다. 가면서 전화를 걸어 그 친구를 깨워주기로 했고, 함께 했기에 내겐 더 큰 힘이 되었다. 7개월 정도가 지났고 그 뒤로는 혼자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이제는 집에서 하고 있다.

그렇게 꾸준히 하면서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병원에 출퇴근을 할 정도로 날마다 아프다는 핑계로 잠만 청했던 나였다. 어느 날 딸이 '엄마는 아프다고 잠만 자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는 얘길 하는데도 머리가 아픈 걸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좌선을 하면서 그러한 아픔이 신기하게 사라졌다. 아마 무기력한 내 마음이 문제였던 것 같다. 매일 매일 좌선과 기도를 유무념 삼아 공부하면서 얻어진 큰 변화는 어머니와의 관계이다. 나는 어머니를 원망하는 마음이 컸었다. 어머니만 들어오면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고 호흡 또한 답답해져서 어머니를 피해 밖으로 나가 혼자서 배회를 했던 일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스스로 병도 만들고 원망도 만들어 놓았으니 얼마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음인가.

"영생을 통한 공부를 해야한다"는 말씀이 잠자던 나를 깨웠다.
매일 좌선과 기도를 유무념 삼아 공부하며 얻어진
변화는 어머니와의 관계였다.

'영생'이란 이 단어가 나에게 불을 지펴준 것 같다. 이젠 밖으로 향하던 모든 시비를 놓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살피다 보니 모든 것이 상대가 아닌 내가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지금은 어머니와도 편하게 얘기를 할 수가 있고, 팔 다리도 주물러 드린다. 어머니는 그대로 계셨는데 내가 시비를 걸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활하면서 요즘에는 '원불교가 사람 잡네'하는 어른들의 말을 체감하고 있다. 원기96년 8월부터 절 수행을 꾸준히 해왔다. 오늘 못하면 내일 배로 한다는 나만의 규칙을 정해 놓고 챙기고 또 챙겼다. 어느 날은 절을 한번 하고 힘들어 못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15분 건강을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며칠 전에 좌선과 기도, 절을 할 때 입은 옷을 보니 무릎이 헤어져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세월의 흔적이랄까?', '옷도 나와 함께 한 흔적을 변화로 알려 주었구나'하고 생각하니, 감사했다. 아침 좌선, 기도, 교전봉독을 하고 원기98년 초 부터는 저녁시간을 통해 정전사경을 하며 원기100년까지 해보겠다고 서원을 세웠다. 노트가 두꺼워질수록 챙길 수 있는 마음에 감사함이 나온다. 하기 싫어하는 마음을 유무념으로 챙기고 있다. 나를 변화시켜 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함인가. 대종사께서 법으로 회상을 열어 주셨기에 내 마음도 찾게 되었으니, 영생 길 열어주신 그 은혜에 보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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