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점점 그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도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일체유심조', '기질변화' 등 성현들이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 법문들이 전해져 마음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로 통해왔다. 하지만 마음공부 지식이나 믿음이 약한 이들에게는 자칫 이런 이야기가 낯설거나 종교적 미신으로 전락하기 쉬웠다.

그러나 과학이 점점 발달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뒷받침해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과학계에서 '운명'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DNA 유전자이다. 사람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키, 피부색깔, 지능, 성격, 습관 등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심지어 부모조상이 가진 질병까지 그대로 이어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유전자 운명의 한계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도가니에 빠져들게 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마음공부를 해야하는 의미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과학적 연구 성과들은 기존의 연구결과들이 잘못되었음을 밝혀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전자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분명 유전자는 그렇게 될 개연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우리 삶을 지배할 정도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 및 환경과 어떠한 상호작용을 맺느냐에 따라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사람일지라도 각기 다른 성격, 지능, 습관, 기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경계를 따라 그가 가진 유전자의 고유특성이 발현될 수도 또는 침묵할 수도 있다. 이는 자신이 가진 유전자 프로그램대로 살아갈 운명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삶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바뀌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것을 '분자유전학'에서 밝히고 있다.

또 '후성유전학'에 의해 밝혀진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살면서 겪는 일에 따라 우리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이런 변화가 DNA 서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운명'을 개척한 사람의 자손도 개척한 운명처럼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물론 좋은 의미의 '운명개척'이 아닌 전에는 없었던 나쁘고 유해한 '습관과 기질'도 여러 세대 자손들이 그대로 이어받는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사회와 환경에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정말 사실이라면 우리가 '경계'따라 일어나는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로운 동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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