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을 읽고

문학인의 창작이라는 것을 그의 창작행위와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그가 습작 시기에서 과연 어떤 선배 문인을 특히 좋아했으며, 선배 문인의 작품 경향에 얼마나 오랫동안 심취했었는가가 중요한 관심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습작시절에 대개 어느 특정한 문인들에게 깊이 심취해 본 경험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선배 문인들의 작품세계와 정신은 후배 문인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훌륭한 교본이나 창작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학교 선배인 김소월의 문학을 흠모했던 백석의 문학에는 소월적인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백석의 문학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국내외 문학인은 제임스 조이스, 프랑시스 잠, 이시카와 타구보쿠 등을 들 수 있다.

백석은 분단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출판금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매몰되어 온 시인이었다. 해금된 백석의 문학작품은 이제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문학사에 편입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석문학의 특징은 상실되어 가는 고향의식의 회복, 이를 통한 제국주의 문화의 극복, 전통 문화유산에 대한 따뜻한 긍정, 백석 특유의 방언주의와 북방정서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그의 맑고 고결한 시정신과 간결한 형식의 작품이 주는 선명한 인상은 후대의 많은 시인들에게 참으로 깊은 영향을 심어주었다. 청록파 시인들과 윤동주, 그리고 해방 후의 신경림, 박용래, 송수권, 김명인, 이시영, 최두석, 박태일, 심호택, 허의행, 안도현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다.

안도현 시인은 그의 시 '백석 선생의 마을에 가서' 속에서 비운의 선배 시인 백석을 꿈속에서나마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문학사 속의 한 아름답고 높고 외로운 시정신을 소유한 선배시인을 사숙하여 그를 흠모하며 작품의식의 큰 기반으로 의존하고 기대려는 분단시대 남한의 한 시인의 정신은 갸륵하기까지 했다. 또한 안도현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의 한 부분을 그대로 차용해서 쓴 표제이다.

안도현 시인의 시 '자작나무를 찾아서'에는 '또 어떤 날은 백석과 예쎄닌과 숄로호프를 다시 펼쳐 보았지만 자작나무가 책 속에 있으리라 여긴 것부터 잘못이었다'라는 대목이 있으며, 시 '군산 동무' 부분에는 '백석의 시처럼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한편으 서정시 같은'이라는 대목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안도현 시인이 얼마나 선배시인 백석의 작품세계와 시정신에 깊이 경도되어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안도현 시인이 〈백석평전〉을 펴냄으로써 평전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문단의 평을 듣고 있다. 백석의 시에 등장하는 갈매나무의 상징성은 눈 덮인 산 속에서 머리 위에 하얗게 눈을 얹고 있으면서도 꿋꿋한 삶의 의지를 결코 잃지 않는 데에 있다.

시인의식이 역사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예술적 이상과 표현의 양식은 구체화 되어 나타남을, 안도현 시인은 〈백석평전〉에서 적나라하게 서술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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