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에 잡념과 번뇌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
오히려 인정하고 사랑해줘야 마음고향에 이를 수 있어

우리가 선(명상)을 하면서 떠오르는 잡념의 면면을 바라보면 평소 관심 있는 내용이던지, 경계로부터 강한 자극을 받은 내용이 많다. 마음속의 감정과 생각은 매우 미묘하여 아무리 떨쳐 버리고 싶어 할수록 더 달라붙고 괴롭힌다.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힘은 더 위력적이다. 공포영화를 보고 오랫동안 생각이 나거나 꿈에 나타나는 것이라든지. 친구와 싸운 것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렇기에 평소 생활에서도 마음을 쓸 때에 담담한 심경을 길들여야 한다. 희로애락의 감정에 너무 깊이 빠져들면 곧 본래 마음을 잃고 경계에 이리 저리 휩쓸려 간다.

번뇌라 하는 것은 사념·망념·잡념·미혹 등 경계에 끌려 다니거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소란케 하는 정신작용의 총칭이다. 〈정전 좌선의 방법 해설〉(좌산상사, 원불교출판사)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번뇌를 두 종류로 나누었다. 어떠한 사물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그것이 강력한 원인이 되어 거기에서 나오는 번뇌를 추중번뇌라 한다. 이것은 삼독 오욕이 치성하여 나오는 번뇌로 힘이 강해서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힌다. 이와는 다르게 일어나는 번뇌를 미세유주라 한다. 아주 작은 번뇌. 추중번뇌처럼 힘은 없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갑자기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들이 이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쉽게 설명해 주어야한다. 추중번뇌는 친구나 부모님과의 불편한 상황에 대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 가지고 싶은 것을 갖고 싶은 욕망과 못 가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마음속의 큰 경계로 일어나는 생각들이라고 설명해주고, 미세유주는 갑자기 떠오르는 옛 기억이라 던지, 특정 장소에서 전에 있었던 기억들이 생각나거나 의미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이라고 예를 들어 주면 쉽게 이해한다.

잡념과 번뇌가 일어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평소 내가 지은 인연과에 따라서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 또한 진리이며 나의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충분히 사랑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매 순간 순간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 고향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잡념과 번뇌가 나를 방해하는 경계가 아니라 소중한 공부거리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상생활 24시간 중 일분 일초도 마음을 놓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것이 곧 무시선의 경지 아니겠는가?

"이번 주 숙제는 유튜브에서 '1분선'이라고 검색한 다음 영상을 보면서 매일 매일 연습 해보는 거야. 우리 함께 해보자. 할 수 있지?" "네~."

<김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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