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예전집례집 신앙 초점

법회 식순의 다양화 혹은 표준화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커졌다.

이에 따라 연구발표와 공청회에 따라 개정된 예전집례집(원기97년 4월)의 표준은 좌종10타→개식→법신불전 헌배→입정→독경(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성가→설명기도 및 심고가→법어봉독→일상수행의 요법→설법→심고→성가→폐식 순으로 확정 공표됐다. 이전 법회 식순과 달라진 점은 원불교 교가(성가2장)가 식순에서 사라진 반면 반야심경과 불전헌배가 식순에 포함됐다. 나머지 순서는 법회의 신앙성과 경건함을 강조하면서 순서를 바꿨다. 법회의 신앙성과 경건함 그리고 의식의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기 위한 조정이라고 보여진다.

교화연구소 최정윤 교무가 원기97년 서울교구 14개 교당 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법회의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613명의 재가교도가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59%가 가장 강조돼야 할 순서로 설교를 꼽았고, 또한 법회식순 중에도 설교가 가장 중요하다(77%)고 답해 법회의 꽃을 설교라고 답했다. 법회 식순을 개정할 경우 문답감정(36%)과 감상담(20%)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법회의식에 대한 선행연구(원기73년)를 보면 권도갑 교무의 경우 예전 법회식순의 흐름이 신앙인들의 동선을 단절시킨다고 봤다. 이에 권 교무는 "시작 전 좌종10타에서 이미 교도들은 입정상태에 들어간다. 때문에 개회를 하고 또 입정에 드는 것은 중복되는 느낌이다"며 "독경순서에서도 역시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므로 설교 시간 전에 입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순서는 설교자를 향한 청법자의 자세를 갖추게 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색다른 주장은 불전헌배를 단별로 분향하는 식순을 넣은 것이다. 동선의 번거로운 점은 있으나 법회 참여 의식을 높이고 헌공금의 정성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일상 교무는 "〈예전〉 통례편 총설을 보면 시대의 변천을 따라 작법의 부분만은 혹 변할 수 있으나~라고 밝히고 있다. 법회 순서에 고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법을 수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회식순이 전체적으로 법을 강론하고 훈련하고 신앙을 키워주기 보다는 행사를 위한 순서로 받아들여진다. 법회의 전체시간은 1시간10분 정도로 축소하고, 교당은 2부 법회를 운영해야 한다(최소한 오전 법회와 저녁 법회로 구분)"고 주장했다. 특히 이목을 끄는 대목은 심고를 모실 때 '천지·부모하감지위, 동포·법률응감지위 피은자 000은 법신불 전에 간절히 기원하옵나이다'까지 교도들이 복창하고 자신의 소원을 따라 심고하다가 심고가의 반주가 나오면 '일심으로 비옵나이다'를 제창하는 것이다. 또한 설교가 끝난 후 설교자(교무)가 설교내용과 생활을 연관시켜 즉흥 설명기도로 갈무리하는 것을 제시했다.

'법회식순 변천과정에 대한 고찰'(원기78년)에서 정천경 교무는 "법회라는 개념을 대종사 당시부터 불러왔던 예회로 바꿔야 하고, 경강이나 법의문답 또는 감각감상을 발표하는 시간을 넣어 식순의 전통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기97년 새롭게 탄생한 예전집례집은 이런 주장을 다 수용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법회의 신앙성 강화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줬다. 대체로 교당 법회에서는 재가교도가 사회도 보고 설명기도를 진행한다. 짧은 의식 중 신앙의 몰입도가 높은 설명기도를 재가교도가 진행하는 것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강한 임팩트를 넣어야 할 설명기도는 적어도 담임교무가 나서야 한다. 이는 그동안 가져왔던 종교적 권위와 신앙·수행의 깊이 등을 생각하면 교무가 진행해야 심고의 응집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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