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수첩

올해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지나친 열정으로 아이들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성화수업 중 하나인 사진수업 시간이었다. 나는 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동상이몽을 꿈꾸며 첫 수업을 맞게 됐다. 자연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왕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윗마을까지 걸어갔다 오는 코스로 수업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운동화를 신고 모이라고 방송을 하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진수업을 선택한 학생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아이들을 찾으러 다녔고, 내게 잡힌 아이들은 운동화를 갈아 신으며 사진 찍는 것이 아니라 산행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며 1학기 사진수업 선생님과 나를 비교했다. 또 1학기 사진수업 선생님을 복도에서 만나자 아이들은 봇물 터지듯 그 선생님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엄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한 아이가 교실에 휴대폰을 두고 왔다며 친구와 함께 교실에 올라갔다 오겠다고 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어서 나머지 아이들과 기다렸는데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없었다.

그 아이의 교실에 가보니 그 아이는 다른 특성화수업 선생님과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 아이들 때문에 수업이 지체됐고, 다른 사람이 기다리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느긋한 아이들의 모습에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그래서 아이들의 온갖 불만을 들으면서도 나는 내 계획을 강행했다.

그런데 5분도 채 못 걸어서 더 이상 못 가겠다며 아이들이 딱 멈춰섰다. 결국 아이들과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였고, 몇몇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웃어대고 있었다. 상황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이 상황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내 계획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다 하겠다며 아이들을 협박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수업은 교사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했다. 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수업에 늦은 아이, 다른 선생님과 비교하는 아이, 기다리게 하는 아이들로 인해 기분이 상한 나는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내 주장만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교사라는 권위를 이용하여 아이들을 복종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수업은 그 아이의 말처럼 교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말에 깨달음을 얻은 나는 그 아이의 말을 인정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물어봤고 그렇게 나의 의견과 아이들 의견을 조율해 힘들지 않은 학교 주변 자연 환경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정하고 어려운 발걸음을 뗐다.

가는 동안 어색한 기류가 있었지만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 이성교제 문제, 학업 문제 등 이것저것 물어보며 함께 길을 걸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았고, 나 역시 나의 고민을 아이들에게 털어놓으며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이 풀릴 무렵 내가 왜 화가 났었는지 전후 사정을 이야기 했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아이들도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고, 나의 고집스러움도 너그러이 이해해줬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가 있다. 사실 알고 보면 아이들의 잘못이라기보다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서운했거나 실망한 것인데 그런 감정을 화로 표현하고 아이들의 잘못인냥 말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서로 오해만 쌓이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하지만 나의 상황과 그 당시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니까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깨닫고 나의 감정을 위로해주었다.

그 사건 후 나는 교사의 권위로 수업을 진행하기보다 내가 준비한 수업의 계획과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을 절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과 마찰이 생길 때는 교사의 권위로 억압하려하기 보다 아이들의 전후 사정을 들어보고 또 아이들에게 나의 전후 사정을 말하고 그 상황에서 서로가 느낀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날 때가 있지만 이 아이들 덕분에 웃을 때도 많다. 나를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는 귀여운 화랑고등학교 악동들 사랑한다.

<경주화랑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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