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단단하게 속살을 채워 나가듯


요즘 현대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공연문화의 하나인 뮤지컬은 19세기 미국에서 탄생했다. 그 시작은 유럽의 연극과 오페라 등으로 볼 수 있는데 최초의 뮤지컬은 뮤지컬 코메디로 해학적인 성격을 지닌 희극에 유럽에서 발달한 오페레타를 접목시킨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뮤지컬은 연극에 음악과 춤이 합해진 현대의 대중적 종합예술의 한 장르이다.

나는 이 뮤지컬을 지금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 먼저 뮤지컬 동아리를 만들려고 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온 학교 벽에 붙였다. 처음에 한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시작하려고 했으나 80명이 넘는 아이들이 뮤지컬이라는 이름에 혹해(?) 모여들었고, 오디션을 거쳐 40명의 아이들을 선발하였다. 아이들은 모두 뮤지컬을 좋아하기는 하나 성격도 다양하고 적성도 다양하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끼를 펼칠 수 있도록 4개의 팀으로 나누었다.

연기를 할 배우팀, 대본을 쓸 작가팀, 공연을 진행할 스텝팀, 그리고 뮤지컬에 사용될 음악을 연주할 연주팀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팀을 나누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직접 생각해보고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공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교육적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어떤 뮤지컬을 공연에 올릴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미 공연된 좋은 작품을 선택하면 스토리도 탄탄하고 노래도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중학생이라 기성배우들이 하는 뮤지컬은 어렵기도 하고 내용이 어울리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뮤지컬로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모인 첫 시간 짧게나마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사가 뭔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그것을 찾고자 하는 노력도 많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작가팀 아이들과 상의하여 우리 뮤지컬의 주인공을 꼴찌로 정하였다.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즐겨 부르던 대중가요 '꼴찌를 위하여'('홀로 아리랑'의 작곡가인 한돌이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노래)를 모티브로 삼고 학교에서 공부는 꼴찌이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을 열심히 찾고 꿈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 주위에 있을법한 친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여기까지가 올해 6월까지 있었던 일이다.

다가오는 10월15일 우리는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 여름 무더위에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자신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춤추고 노래하고, 소품을 만들고 연습 하였다. 그 사이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였고,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했으며, 공연의 일부분으로 대회에 나가 예선탈락이라는 쓰디쓴 경험도 맛보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밤송이 속에서 알밤이 단단하게 속살을 채워나가듯 조금씩 성장하고 공연을 완성시키고 있다. 그리고 처음보다 더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하며 자신을 내 보이는데 더 자연스러워 졌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런 장을 열어주고 마음을 열도록 기다려주며, 아이들의 생각에 공감해 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임을 배웠다.

뮤지컬 동아리 아이들이 만든 이 공연을 보는 다른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꿈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는 창작뮤지컬 '꼴찌를 위하여'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꼴찌를 위하여'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찌도 괜찮은 거야~' 이 가사를 우리 아이들 가슴 가슴에 새겨주고 싶다. <강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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