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교당 봉불

▲ 봉불식에는 한국 방문객들과 현지 교도들, 캄보디아에서 활동중인 가톨릭 신부, 수녀들도 참석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박청수 교무의 분신이고 그림자였던 신현대 교도 기려
동남아 소승불교 국가에 원불교가 전해질 시원 될 터

16일 오전 봉불식으로 문을 연 프놈펜교당 '신현대법당'은 선타원 신현대 교도의 무아봉공 정신을 기리는 도량이자, 세계교화의 또 다른 시작이다.

세계 55개국의 무지와 빈곤, 질병 퇴치에 앞장서 온 박청수 원로교무가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신현대 교도는 작은 체구에 항상 카메라를 메고 그 현장을 사진에 담아내는 길벗이었다. 말없이 고요히 스승을 모시며 손과 발이 된 세월, 신 교도는 원기97년 열반까지 31년 동안을 스승의 그림자처럼 살았다.

캄보디아는 박 원로교무가 1988년부터 캄보디아 난민 돕기를 시작으로 고아원을 세우고 지뢰를 제거하고 샘물을 파주고 무료 구제 병원을 세워 무료로 진료한 환자 연인원만도 20만 명에 이른다. 또 오인환 교육센터를 세워 한글과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어 매주 교당에 드나드는 청소년이 170명에 달하고 있다. 무지, 빈곤, 질병이라는 3대 목표 사업을 실현하고 있는 터전이다.

프놈펜에 있는 원광탁아원은 처음에 전북 임실 청웅제약 대표 전대성 교도가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설립한 것을 원기94년 최지운 교무가 인수해 운영해 왔다.

이후 원기96년 정승원 교무가 부임해 언동마을 빈민가 아기 70명, 생후 7개월~3세 유아들을 11시간 동안 무료로 돌보고 있다. 운영은 원불교봉공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 캄보디아 프놈펜 프랫하우스 밀집 지역에 위치한 프놈펜교당 신현대법당. 정승원 교무가 법당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프놈펜 끄랑엉끄롱마을 뉴월드 단지내 빌라 26번지와 28번지를 합하여 자리잡은 프놈펜교당은 프랫하우스 밀집지역 중에서도 바로 앞에 공원이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원기98년 11월 대지를 구입하고 8월23일 건축을 완공했다. 3층 건물로 대지 280.5㎡, 연건평 625.6㎡의 크기다. 신현대법당은 신 교도의 숙부인 신용희 전 교보생명 명예회장(원기97년 열반)이 하사한 1억원을 박청수 교무에게 기탁, 처음에는 인도 델리에 신축하려 했던 신현대법당이 현지 사정으로 어렵게 되자 프놈펜 원광탁아원 가까운 곳에 장소를 잡았다. 고인의 열반 후 유가족들의 정성이 더해져 총 2억7천만원이 소요된 신현대법당을 신축·완공, 봉불식에 이른 것이다.

봉불식에는 생전에 고인이 교분을 쌓고 지냈던 캄보디아 전 국회 부의장 손 수베르씨가 축사를 했다. 그는 "고인과 함께했던 지난 20년의 세월을 회고 하니, 그의 따뜻한 마음과 헌신적인 삶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고인의 은혜를 자신도 힘입었다"며 마치 산증인처럼 말했다.

강남교당 김형진·김기은 교도는 눈시울부터 붉힌 채 고인을 기리며 함께한 세월에 법정이 묻어나는 감동적인 축사를 했다.

지리산국제훈련원 이양신 교무는 "신현대 교도가 자신의 이름으로 프놈펜에 법당을 세울 수 있는 것은 무아봉공 그 공도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종법사가 고인에게 내린 표창장을 최심경 국제부장으로부터 전달 받은 부군 장근진 씨는 감격에 겨워 "신현대법당을 신축 완공한 정승원 교무와 봉불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함께한 22명의 방문단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50명 규모의 법당에 가득찬 봉불식에는 특별한 손님도 자리했다. 한국외방선교회 김지훈 신부와 예수회 오인돈·강인근 신부, 그리고 성가소비녀회 3명의 수녀도 함께한 것이다. 박 원로교무는 안양 의왕에 있는 천주교 시설 성라자로마을 나환자들을 1975년부터 돕기 시작해 내 집처럼 드나든 40년의 역사를 밝히며 "마치 그에 대한 화답으로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온 것 같다"며 반겼다.

봉불식 식전 공연을 맡아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던 바탐방교당 최지운·김경선 교무와 청소년 교도들, 그리고 고주심 원로교무, 델리교당 윤순명 교무와 태국교당 최수진 교무도 자리를 함께했다.

신 교도를 31년 동안 의지하고 아껴온 박원로교무는 "그가 없었다면 나는 어느 한 가지 일도 온전하게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이제는 갚아볼 수 없는 은혜와 고인이 나에게 쌓은 공덕이 하도 커서 수미산처럼 높고 크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故법정스님이 둘의 관계를 '바늘 가는 데 실 따르듯이'라고 했던 표현을 빌어 전하기도 했다. 박 원로교무의 6권의 저서도 모두 신 교도가 원고 를 정리해 출간했고, 〈THE MOTHER 박청수〉 세계 봉사 화보집과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 박물관도 모두 신 교도의 자료로 이뤄졌음을 밝혔다. 박 원로교무가 "고맙다", "미안하다" 할 때마다, 신 교도는 "제가 좋아서 하는걸요"라고 대답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봉불식 후 참석자들은 차로 10분 거리인 원광탁아원을 방문해 은혜의 현장을 둘러봤다. 교사들은 방문객들을 반가이 맞이하면서도 원아들을 씻긴 뒤 옷을 갈아입히는데 여념이 없었다. ▷관련기사 13면

이번 캄보디아 신현대법당은 원광탁아원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정승원 교무의 거처가 마땅치 않아 나그네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 프놈펜교당은 정 교무의 보금자리이자 현지교화의 터전으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바탐방교당에 다니다 프놈펜으로 일터를 찾아온 청년 교도들이 자연스럽게 교당 생활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 고 신현대 교도의 부군 장근진 주)씨에스인베스트먼트 회장이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인의 부군 장근진 씨는 2006년 서초동 LG애클러트 오피스텔에 사)청수나눔실천회 사무실을 마련해 주고, 봉불식에도 1천만원을 헌공했다. 향후 사)청수나눔실천회가 맡을 신현대법당 유지에도 큰 뜻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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