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런 장묘 문화, 청사진을 구상하다

▲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에 위치한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의 아담하고 양지 바른 자연장 묘지.
장묘형태가 매장에서 자연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자연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교단의 장묘문화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를 연마하며 7월, 9박11일 일정으로 사)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가 주관하고 을지대학과 학계, 관공서 근무자 17명과 유럽6개국 장사시설을 공식 방문했다.

이번 연수의 특징은 장사문화 중에서 '자연장'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각국의 장사문화와 장묘형태, 사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매장에서 자연장으로의 변화에 앞장선 나라 6개국을 중심으로 연수가 이루어졌다. 각국이 갖고 있는 생사(生死)에 대한 이념과 사상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다. 앞으로 한국의 장묘문화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의 화장문화
각국의 장묘형태와 문화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기독교 영향으로 화장이 없던 체코였지만 1899년부터 화장운동이 일어났다. 1909년 오늘날의 화장협회인 'Krematorium(화장장)'이라는 클럽을 설립, 여러 경로를 거쳐 1919년 4월19일부터 화장이 시행됐다. 1921년 11월23일에 체코의 첫 번째 임시화장장을 개설, 매년 2500구 정도의 화장이 이뤄지고 있다.

체코인들은 야생화 자체를 있는 그대로 봐 주는 모습과 회양목을 이용해 가족단위로 화장후 매장묘를 사용하고 매장묘위에 화장한 봉안단지를 올려놓아 가족단위로 모시는 형태이다. 자연장지는 나무 아래 흩어 뿌리고 그 위에 조화 또는 촛불을 켜서 추모한다. 묘원 곳곳에 물이 있어서 추모객들이 직접 물을 떠다가 묘비 또는 석관위를 청소하고 오래된 조화나 꽃이 시들면 직접 교체하는 등 가족들이 직접 묘를 관리한다.

독일의 퓰스덴첼 비벤다 화장유한회사 및 평화의 정원을 방문했다. 이곳의 특징은 화장장과 같은 공간에 납골시설과 자연묘지인 '평화의 정원'이 설치되어 있어 이동하지 않아도 장례의식을 일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원 구성을 뱀과 계란의 신화를 모티브로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력과 창조를 통해 생사일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은 야생화와 초지로 되어 있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만 깎여 있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고인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고 풀 한포기, 야생화도 자연장의 조경요소가 된다.

오스트리아는 사산아 묘지가 별도로 되어 있다. 그 묘지에는 바람개비와 도자기 인형 그리고 꺼지지 않게 촛불이 있어 어린 생명들을 추모하고 있다. 자연장은 단지형 자연장 형태로 1기에 45유로를 지불하고 이름표는 5년 정도 부착, 이후에는 명패를 없앤다. 도심지에 있는 코뮤날프리도프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통 산림지로 둘러싸여 있고 유족들의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 독일 풀스덴첼비벤다 화장회사 대표와 함께(왼쪽 최도운 교무).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이탈리아 화장문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위치한 작은나라 리히텐슈타인의 묘지의 특징은 아담하고 공간활용을 최대로 한 것이다. 옹벽부분은 봉안담으로 활용하여 어느 한구석도 그냥 방치하지 않고 봉안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부촌(富村)에 있고 제후가 사는 집의 왼편 양지 바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 봉안담, 봉안묘지, 매장묘지가 있다.

옛 전통중의 하나인데 사람이 열반을 하면 남자는 3번 여자는 2번 성당에서 종을 쳐 줌으로써 동네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린다. 시청에 사망신고 후 성당으로 연락이 오면 종을 치기 시작한다. 묘지를 둘러싼 벽은 봉안벽으로 활용하고 곳곳에 고인을 모실 수 있도록 봉안시설을 짜임새있게 갖췄다. 또한 수도인 파두즈묘지가 위치한 곳은 이 나라에서 가장 전망이 좋고 볕이 잘 드는 곳이라는 것이다.

스위스 튠 시립묘지와 화장장 특징은 8개의 안치실에서 조문객들이 관에 접근하도록 허용하고 채플(chapel)에서는 오르간이나 오디오시스템을 이용하여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화장 시 유족은 20%정도만 참석하고 며칠 후에 온다. 인상 깊었던 것은 매장용 묘지의 경우 봉분테두리는 절반만 하고 아래 부분은 초지로 놓아두어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통로로 사용한다. 스위스는 매장20%, 화장80%로 보통은 화장을 선호한다. 이유는 비용적인 면이며 화장 후 집으로 바로 모셔가는 비율은 15%정도이다.

이탈리아의 람브라테 묘지 및 화장장의 경우에는 유럽인들의 선호하는 벽식묘지인 모셀리움과 지상으로 올라온 형태인 앙푸아카부가 여러 형태로 있다는 것이다. 마죠레묘지는 묘지전체가 예술가 작품이다. 묘원 곳곳에 SOS요청장치가 설치되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태양광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묘지내의 담은 봉안 형식의 회랑방식을 이용하여 둘러쌓여 있다.

9박11일의 유럽 장사시설 연수를 통해 유럽인들의 생사관과 장묘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유럽의 묘지역사를 살펴보면 목회자들이 열반하면 교회내부에 안치를 한다. 그리고 유공인과 설립자를 안치하고 지역주민들은 교회주변 묘지에 안치를 한다.

유럽 화장장의 경우 한국과 다르게 3차 연소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고인이 생전에 사용한 보정물(인공물)은 재활용되어 타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서구의 핵가족화로 인해 화장 후 유골을 모시고 집에서 장례파티를 하루 지낸 후에 장지로 가며 화장도 발인 당일이 아니라 화장장에 모신 후 화장장에서 일정을 가지고 화장을 한다.

가족들이 직접 관리
묘지의 경우 5년, 10~20년 시한부 묘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족들 중심으로 묘지 관리가 이루어지면 연장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파묘하고 재활용한다. 이때 유골은 더 깊은 곳에 묻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된다. 결국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묘원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조상이고 이웃이라는 사고가 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이 든다. 묘지 앞에 있는 고인의 사진은 생애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고 무슬림묘지, 이웃종교인의 묘지도 묘원 안에서는 배려한다. 청결과 관리, 배려 부분에서도 유럽은 성숙한 묘지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묘지의 한계점은 여전히 빈부(貧富)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가진 자들의 묘지는 지나친 장식으로 화려하게 되어있는데 이는 생자(生者)와 사자(死者)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동양문화와 유럽문화의 상반되는 것은 동양은 횡적구조를 가진 묘지형태라면 유럽문화는 종적구조를 가진 형태이고 화장 후 입묘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마을과 마을사이에 묘지가 있고 님비현상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가장 좋은 조건에 입지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유족을 우리의 가족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묘지방문이 가장 많은 때는 11월1일이다. 이날은 성인(聖人)의 날로써 천상의 여러 성인과 순교자의 축일이 된다. 성인의 날과 크리스마스에는 야간개장을 한다. 묘지 조성은 합리적이고 감성이 녹아 있다. 묘지를 방문할 때는 걸레, 화분, 조화, 조각품등을 직접 챙겨와서 물청소하고 꽃을 심고 조각상을 놓는 등 가족들이 직접 묘지를 아름답게 꾸미고 관리한다.

유럽인들의 생사관과 장묘 문화를 연수 하며 우리의 장묘문화도 고민했다. 묘원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길과 조명, 편의시설 확충과 야간개장일을 지정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참배하고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음악회, 사진전, 철쭉 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 원불교 장묘문화와 한국의 장묘문화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과 서원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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