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사상, 원불교 교리의 모체

(본문) 上無色界하고 下無慾海하야 一念萬年에 耳目이 俱淸하고 身心이 俱忘하야 神氣俱爽하고 內外俱空하야 泯於深定寂靜하야 湛然至一이라 先全我太一之天而後에 神氣冷冷然而淸하고 神光炯炯然而明하야 無地不燭하고 無理不通이라

(직역) 위로 색의 경계가 없고 아래로 욕심 바다가 없어서 한 생각을 오래 계속하면 귀와 눈이 함께 맑고 몸과 마음을 함께 잊어서 신과 기가 함께 상쾌하고 안과 밖이 함께 비어 깊고 고요한 데에 들어가 그윽한 한 곳에 이른다. 먼저 나의 태일의 하늘을 온전히 한 뒤에야 신과 기가 서늘하게 맑고 신령한 광명이 비추어 밝아서 밝지 않은 곳이 없고 이치에 통하지 않은 곳이 없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태일(太一)의 하늘을 제일 중시하고 있다. 태일의 하늘을 온전히 하는 수행을 정정(定靜)수행의 목표로 하고 있다.

위로 색 경계가 없다는 것은 안·이·비·설·신의 경계인 색·성·향·미·촉·법의 모든 경계에 대한 집착이 없다는 것이다. 안으로 오욕의 욕심의 바다가 없다는 것은 가슴과 배 안에 있는 오장의 욕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맑고 밝은 마음을 보존하면 귀와 눈이 함께 맑고 몸과 마음을 함께 잊어서 신과 기가 함께 상쾌하고 안과 밖이 함께 비어 깊고 고요한데 이른다. 깊고 고요한 이곳이 '태일 자리'라는 것이다. 정정 수행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태일 자리'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태일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음양상승의 원리
소태산대종사의 무극 태극의 개념(〈대종경〉 변의품 29장)을 보면 무극은 일원이 되고 을을은 태극이 된다. 〈태극도설〉에서 무극이 태극이고, 태극이 무극이라 하여 무극과 태극을 태일이라 한다.

무극은 신령한 영지로 극이 없으며, 태극은 기운으로 음극 양극을 말한다. 음과 양이 서로 밀어주는 음양상추(陰陽相推)의 원리이다. 음기운 양기운이 크다가 지극하면 다시 음양이 바뀌어지는 이치를 음양 상승의 원리라 한다. 즉 무엇이든지 극하면 변하는 이치를 말한다.

태일사상과 교리
태일은 맑은 기운과 밝은 빛을 말한다. 맑고 밝은 영지는 불생불멸의 성품이며, 태극의 음양상승의 이치는 인과보응의 이치다.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의 이치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다. 소태산대종사는 공적영지의 광명인 무극의 일원상과 음양상승으로 상생상극하는 조화의 이치로 사은사요의 신앙문을 밝혔고, 태일의 명덕 밝히는 공부로 삼학 수행의 마음공부를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소태산대종사의 호인 태자는 무극 태극의 태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소태산(젊을 少, 클太, 뫼山)은 태일의 밝고 큰 기운을, 젊고 씩씩하게 드러내는 부처임을 의미한 듯 하다.

태일과 일원상
무극 태극은 일원상이다. 이는 주렴계의 '태극도설'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산 종사는 일원상의 원을 설명할 때 , 원은 무극 태극, 도, 하나님, 법신, 진심, 공자의 일이관지와 같다고 했다. 태극도설에서도 하늘(神·氣의 일원상)에 합일하려면 정정수행으로 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는 최령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태일은 곧 하늘이다. 하늘을 무극 태극이라 한 것이다.

주자(朱子)는 하늘(天)을 '신성불가사의(神聖不可思議) 생생불이(生生不已)'라 하여 신령한 기운을 하늘이라 주석하였다. 신령한 공적영지는 무극의 일원상이며, 생생하여 끝없이 돌고 도는 기운은 태극이다. 일원상은 법신이며 태극(기운)은 보신이라면 삼라만상은 법신 보신이 변화하여 나타난 모습이다. 일원상은 신령한 영지로 텅 비어 있고, 생생한 기운으로 가득차 있다고 표현한다. 영지로 구공하고 생생한 기운으로 구족하다는 의미이다.

태일과 마음공부 관계
정산종사는 원불교를 설명하면서 일원상의 진리는 소태산대종사가 새로 발명한 것이 아니며, 옛 성현들이 밝혀놓은 진리를 다시 사실로 드러내어 대중이 이를 믿고 수행하여 얻어 가지라는 것이라 하였다. 정산종사는 '일원상가'에서 이 무극 태극의 원리를 밝히고 있다.

"둥그러운 한기운이 모두를 거느리니 하나이신 임이시라 일원으로 둥그시네 더하도 덜도않고 저마다 갖춘자리 하나이신 임이시라 일원을 둥그시네. 시작도 끝도없고 한생각 이전소식 텅비이신 임이시라 일원으로 둥그시네 돌고도는 기운으로 모두를 거느리니 하나이신 임이시라 일원으로 둥그시네"

맑고 밝은 한 곳이 바로 태일자리이다. 나의 태일 하늘을 온전히 하는 법이란 무엇인가. 이는 문헌을 빌어 찾아볼 수 있다. 이 태일 자리는 〈태극내련법〉 〈영보국정정편〉 〈정심요결〉 〈정정요론〉 〈수심정경〉에서 모두 밝히고 있다. 도를 닦는 일이 이 무극 태극의 일원상 자리인 하나의 경지를 깨달아 닦는데 있음을 밝히고 있다. 맑고 밝은 본성을 찾아 기르는 마음공부는 나에게 있는 태일의 천을 온전히 한 뒤에야 정신 기운이 서리처럼 시원하여 맑고, 정신의 광명이 빛나고 빛나서 밝아진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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