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커피 열풍과 함께 카페 문화가 크게 번성하고 있다. 더욱이 날씨가 쌀쌀해지니 감각적인 공간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것이 삶의 큰 행복으로 여겨진다.

거리에 나가면 카페가 즐비하다. 어느 카페에 들어갈지를 선택할 때 커피 맛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인가다. 커피맛과 눈을 즐겁게 해주는 공간 인테리어 그리고 내 귀에 딱 맞는 음악, 이렇게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야 말로 나의 오감을 만족 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산종사께서는 학인이 "정토가 서방에 있다 하오니 무슨 뜻이오니까"라고 묻자 "서방은 오행으로는 금에 속하고 금은 가을 기운에 속한다 하나니, 가을은 맑고 서늘한지라 맑고 가라앉은 우리의 마음 기운을 서방으로 상징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우리의 정신이 온전하여 맑고 서늘하면 시방 세계 어디나 다 정토니라"고 말하며 가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가을은 여름을 지내고 난 뒤 한해를 정리하기 시작하는 시기로 예술을 향유하기 좋은 계절이다. 차분해진 계절처럼 차분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다양한 공연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긴다면 보다 풍요로운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에서는 가을에 함께 하면 좋은 음악을 추천하고자 한다.

먼저 결실의 풍요로움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보여주는 곡 비발디의 현악합주곡 사계 중 '가을' 1악장이다. 현악기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이 공간을 꽉 채워 주는 이 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과 함께 비발디의 명곡 중 한 곡이자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곡이다. 청명한 하늘 아래 황금빛 들판에 실바람이 불어와 잔잔한 물결을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주는 포근한 음악이다.

다음은 재즈곡으로 조셉 코스마의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이다. 재즈 곡 중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꼽히는 이곡은 말 그대로 낙엽이 지는 가을 거리를 연상케 하는 쓸쓸하면서도 운치 있는 곡이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에 프랑스의 작곡가 조제프 코스마가 1945년에 곡을 붙여 완성된 작품으로 1946년 이브 몽탕이 영화 '밤의 문'에서 불러 알려졌다. 그 이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연주자와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어 현재 굉장히 여러 버전의 음악이 전해진다. 취향에 맞는 버전을 찾아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듯 하다.

가사의 내용은 "낙엽을 긁어모아도 북풍이 싸늘한 망각의 어둠속으로 몰아가 버리네. 추억과 회한도 저 낙엽과 같은 것"으로 낙엽을 덧없는 인생과 사랑을 빗대어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가곡 '가을이 오는 소리'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사와 그에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이 가을의 색감을 소리로 잘 표현한 곡이다. 시와 음악, 가을에 잘 어울리는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가곡은 그 어느 때보다 이 계절 가을에 즐기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한 곡 배워 직접 불러보면 더 없이 좋을 듯 하다.

〈대종경〉 인과품에는 "어리석은 사람은 남이 복 받는 것을 보면 욕심을 내고 부러워하나, 제가 복 지을 때를 당하여서는 짓기를 게을리 하고 잠을 자나니, 이는 짓지 아니한 농사에 수확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나니라. 농부가 봄에 씨 뿌리지 아니하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나니 이것이 인과의 원칙이라, 어찌 농사에만 한한 일이리요"라는 말씀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가을을 느끼며 법문 공부 또한 쉬지 않는 시간이 되어야겠다. <강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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