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세월, 한국전쟁에서 원100성업까지

▲ 이성로 원로교무가 원100성업회 윤혜원 교무에게 성금을 건넨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전쟁을 겪어 교단이 위기에 처한 교단사가 있다. 이를 겪은 이들은 '원100성업'이 말 그대로 '성업' 자체로 받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성로 원로교무 역시 이러한 역사 가운데 서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원불교 100년의 역사를 살아생전 두 눈으로 본다는 것이 가슴에 사무치듯이 거룩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 원로교무는 원기32년 전남 도양교당에 근무하다가 원기34년 총부에 와서 한국전쟁을 맞이한다. 당시 정산종사를 모시며 총부에 북한군을 만나서 숨 졸이며 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지금 100년기념성업회 사무실이 옛날 총부 식당자리였는데 그 식당에 근무하다가 한국전쟁이 나서 난리가 온다고들 그랬다. 특히 정산종사를 모시면서 얼마나 신경이 쓰이고 걱정되었는지 모른다"며 "정산종사를 비롯한 어른들은 조실 밑 지하실로 모셨고, 계속 지낼 요량으로 미숫가루랑 물을 항아리로 받아다가 넣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북한군들이 지하실을 알아내고 군화발로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모두 나오라고 했다. 그래서 모두 손을 들고 한 사람씩 나오는데 정산종사께서 나오시니 그들이 몸을 움츠리는 것 같았다. 정산종사의 인자하신 인상이 마치 '먼데 갔다가 돌아와 부모님을 만난듯이 반가운 인상같다'고 하더라"며 "조실을 그들 사무실로 쓰고 우리는 공회당 지하실에서 지냈는데 그 때 어찌나 마음 졸이면서 혹시나 정산종사께 해코지나 하지 않을까 신경쓰여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당시 급박했던 상황에서 스승과 교단의 존망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몸소 체험했기에 이번에 맞이하는 원100성업이 결코 평범하지 않는 것이다. 이 원로교무는 "누구나 다 똑같겠지만, 그 갖은 애로와 고생 속에 원불교가 100주년 된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다"며 "이러한 큰 일을 앞두고 성금을 조금씩 모아가면서 성업이 기다려지고 '우리가 어떻게 살다보니 이런 경사스러운 일을 맞이하나'하고 생각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17일 그는 그동안 꼬박꼬박 모아둔 260만원을 원100성업회 윤혜원 교무에게 전달했다. 윤 교무는 "이성로 원로교무는 오늘 260만원을 모아주셔서 천 만원을 채우셨다"며 "교단에서 성금을 처음 모으기 시작할 때부터 동참하셔서 당시 새마을금고에서 100년성업과 연결한 금융상품(적금)이 있었는데 그곳에 너무 많이 넣으셔서 당신 쓸 용돈이 없다고 하신 일화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로교무는 가족들이 원불교와 인연을 맺도록 하기 위해 가족 명의로도 성금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