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一物於此 無形無體 取也不得 捨也不得 然學者要精深練磨而得眼則 其形無不其形 其體無不其體 取也得 捨也得 其聲錚錚空劫外 其光皎皎三千界 應現千百億化身 廣濟六途迷輪衆 願諸學者 爲解決一大事因緣 誓發大信 誓立弘願 不惜身命 不生慳貪 必以斷斷一直心 勇猛精進 勇猛精進

〈대산종사법어〉 소요편 1장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모습도 없고 바탕도 없어서 잡아도 얻지 못하고 놓아도 얻지 못하나, 배우는 사람은 마땅히 정밀하고 깊게 연마하여 눈을 얻으면 그 모습이 모습 아님이 없고 그 바탕이 바탕 아님이 없음이라. 잡아도 얻고 놓아도 얻게 되어 그 소리가 공겁 밖에까지 쟁쟁하고 그 빛이 교교히 삼천계를 비추며 천백억 화신으로 나타나 널리 육도로 윤회하는 중생을 제도하나니, 원컨대 모든 배우는 사람은 생사의 큰일을 해결하고자 맹세코 큰 믿음을 발하고, 맹세코 너른 서원을 세워서 신명을 아끼지 아니하고 인색하고 탐함을 내지 아니하여 오로지 곧은 한 마음으로 용맹정진하고 용맹정진할지어다.

정진문은 대산종사 시문가운데 가장 널리 대중에게 애송되는 정진의 노래다. 살짝 운곡을 더하여 읽어가노라면 저절로 마음에 흥이 일고 아련한 삼매에 젖어드니 마치 주문과도 같다. 시문의 아름다움도 더할 나위 없어 문학에 문외한인 이들의 마음까지 시문의 흥에 젖게 한다.

여기 한 물건이 있다. 이 한 물건은 말과 글이 닿지 않아 무엇이라 이름 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다. 이 경지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하여 억지로라도 이름을 붙이자니 법신불 일원상이다. 옛 선인들이 말하기를 도(道)요 자연이요 무극이요 태극이며 하나님이라 하였으니 이것이 한 물건이다.

그 한 물건의 진실은 형체가 없어 갖고자 해도 얻을 수 없고 놓아도 얻을 수 없는 무소득(無所得)의 세계다. 하지만 진실로 도를 구하고자 발원하여 정교하고 깊게 갈고 닦아 그 안목이 트이면 지금까지 알던 세계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뜻이다. 이른 바 깨달음의 세계다.

우주만유 삼라만상이 다 도 아님이 없고 진리 아님이 없으며 부처님 아님이 없고 하나님 아님이 없다. 천지 부모 동포가 다 법신불의 화현이요 법률 또한 법신불이 주신 것이다. 처처불상의 세계다. 이 오도(悟道)의 공덕을 어떻게 필설로 전할 수 있을까?

그 소리는 무한 겁(劫)의 시간 밖에까지 쟁쟁하게 울리고 그 빛은 삼천대천세계 공간을 빠짐없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한 물건은 천백억 화신으로 나타나 널리 육도중생을 건지게 될 것이니 비로자나 법신의 공덕이 사무친다. 이 미묘한 세계는 범부 중생의 세계와 달라서 취해도 얻어지고 놓아도 얻어지는 무위자연의 세계다.

동하여도 분별에 착이 없고, 정하여도 분별이 절도에 맞는 것이니 동정이 삼매요 동정이 선(禪)이다.

원컨대 대장부 일대사의 큰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큰 믿음을 세우고 사홍서원을 발하여 목숨을 초개(草芥)와 같이 하고 탐욕의 마음을 거두어야만 한다. 반드시 이 한 생각을 굳게 가져서 용맹정진하고 용맹정진하라. 청년 대산종사의 기상이 살아 전해지는 것만 같다.

한 물건의 진실은 형체가 없는 무소득의 세계
일대사 해결하려면 탐욕을 놓고 서원 세워야


<경남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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