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교화의 새 모델이 될 라오스교당 봉불

▲ 라오스교당 전경.

삼동인터내셔널이 터 닦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을 주변 국가로 인도차이나반도의 배꼽이라 불리는 불교국가 라오스. 라오 꽃향기 가득한 이곳에 동남아지역을 엮을 수 있는 라오스교당이 들어섰다. 10월29일 화산교당 황인철 교무와 교도 20여명이 씨앙쿠앙 삼동종합학교에 도착했을 때 학생들은 학교정문에서부터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사실 라오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원기96년 8월 교단의 삼동인터내셔널과 라오스 삼동인터내셔널이 MOU를 체결하고 부터다. 교육사업 및 지역개발사업, 인재양성 등을 위한 활동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Vientiane)에서 차로 9시간이나 걸리는 씨앙쿠앙 폰사반 세일롬(Xieng Khouang Phonsavan Sayrome) 지역에 교육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기존 학교를 개축하는 한편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인 삼동종합학교를 신축했고, 도서관과 기숙사를 차례로 지원한 것이다. 삼동인터내셔널이 삼성전자와 백천불교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교육환경 개선 사업을 전개하면서 지역의 신망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도움을 받아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지속발전이 가능한 교육 체제를 만들었고, 주 지역민들이 자력을 통해 생계유지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주 정부 또는 지역민들과 청소년들이 선진농업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현대화된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게 해줬다.

▲ 삼동종합학교 학생들이 정문에서 화산교당 황인철 교무와 교도들을 환영했다.

전북교구 화산교당에 교당설립 제안
라오스교당 설립은 지난 2월, 삼동인터내셔널 김명덕 이사장이 교당설립을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씨앙쿠앙은 1100m 고원분지로 베트남 전쟁 기간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도 불발탄인 UXO와 폭탄으로 인해 움푹 파인 웅덩이가 산재해 있어 전쟁의 상처를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로컬 비행기로 40분이면 도착하는 라오스 북부의 대표적인 산간지역인 씨앙쿠앙. 라오 삼동종합학교을 관리하며 INGOs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인력과 조직을 위해 교당설립이 제안된 것이다.

이에 화산교당 황인철 교무와 조운도 교도회장은 3월18일, 현지답사를 통해 교당 설립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주 정부가 교당 부지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교당 부지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화산교당은 회장단 회의를 거쳐 교당교의회에서 건축기금을 모금하기로 의결했고, 4월 231㎡ 규모의 라오스교당 건축에 들어갔다. 우기를 지나 10월에 완공한 교당은 전기와 수도 설비를 추가하면서 10월30일 봉불식을 갖게 됐다. 화산교당 조운도 교도회장을 비롯해 교도들의 십시일반의 성금으로 완공된 라오스교당은 내년에 교무가 파견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동인터내셔널은 한국국제협력단의 삼동종합학교 및 지역개발 사업에 선정돼 내년부터 3년간 6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어서 터 닦기의 동력은 어느 정도 확보된 셈이다.

▲ 라오스교당 봉불식에 참석한 삼동종합학교 학생들이 라오스 전통 춤을 추며 일원상 봉안을 축하했다.

라오스교당 봉불 현장
10월30일 씨앙쿠앙 폰사반 세일롬 삼동종합학교 옆에 위치한 라오스교당에서 진행된 봉불식은 종교의식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화산교당 중심의 원불교 봉불식을, 2부는 주 정부 관계자와 학교 교사, 학생 등이 참석한 축하의 한마당이 펼쳐진 것이다. 의식은 경과보고, 봉불 및 법신불 찬송가, 봉안문, 독경, 종법사 치사 순으로 진행됐고, 교정원장 표창은 화산교당 교도 일동이 받았다.

황인철 교무는 설법에서 "이곳 라오스는 소승불교 국가로 가정마다 불상을 모시고 있다. 생활과 밀접해 하루를 예불로 시작한다. 대승불교가 우월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다만 라오스의 불교가 생활 기복적인 성격이 강해서 부처님의 법이 실생활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면이 있다. 부처님의 법문이 생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고 말했다. 이어 "정산종사탄생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원음방송국을 설립했는데 초기에는 성금이 잘 안 걷혔다. 그런데 모금이 본격화되자 목표액보다 초과하더라. 모두 부처님의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며 "우리 교당은 3개월 만에 목표액을 초과하는 성과를 보였다. 앞으로 청소년교류를 비롯해 다양한 구상을 갖고 협력 사업을 전개해 라오스에 일원화가 피도록 노력하자"고 법문했다. 삼동인터내셔널의 활동이 투명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지역민 뿐 아니라 한국이나 기업들의 신뢰도가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솜 붓다봉(Vansome Buhhavong) 씨앙쿠앙 대표 스님은 축사에서 "교육 사업을 지원해줘서 감사하다. 라오스의 많은 도시 가운데 씨앙쿠앙을 선택해줘서 더욱 감사하다"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라오스와 한국의 유대감이 깊어졌으면 좋겠다. 마음씨 좋은 한국 사람들이 와서 기쁘고 세월이 지나더라도 처음 정신을 잃지 말고 지원해 달라"고 말한 뒤 자신의 사찰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보울린 폼마신(Boualin Phommasin) 라오스 삼동인터내셔널 법인과장은 INGO 활동과 삼동 프렌드 스쿨 건축, 라오스교당 신축에 기여한 공로로 화산교당이 수여하는 감사장을 받았다. 봉불식이 끝나자 삼동종합학교 학생들은 준비해 온 '라오스 전통 춤'으로 축하했다.

최고령으로 참석한 이의명(82) 교도는 "이번 기회에 못가면 언제 가보겠느냐. 용기를 내서 라오스교당 봉불식에 참석하니 감개무량하다"며 "아들이 외국에 다녀오라고 여권과 여비를 챙겨줬다. 앞으로 교당이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산교당 교도로 삼동인터내셔널 관리이사를 맡고 있는 성원규 교도는 "라오스교당 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을 하다보면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부처님의 사업에 집중하다보면 난제들이 해결되더라. 대종사님의 법문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해외 지역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사업과 교당 연계로 새 모델 제시
라오스교당은 법당과 사무실, 그리고 생활관으로 구성돼 있다. 사무실은 삼동인터내셔널 라오스지부 사무실과 교당 집무실로 사용될 예정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라오스교당 설립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역민들을 위한 교육사업과 교당이 함께 진출함에 따라 개발도상국 교화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했다. 이런 좋은 선례는 미얀마나 캄보디아, 몽골 등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교무가 파견되면 한글이나 컴퓨터, 영어 등을 가르칠 수 있어 교화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1000명 가량이 다니게 될 삼동종합학교에 300여 명을 수용하는 기숙사가 완공되면 씨앙쿠앙 오지 학생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 지역 인재양성에도 가속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악지역인 씨앙쿠앙 시내를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오지에서 생활하고 있어 교육의 기회가 부족한 상태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 황 교무는 "1100m가 넘는 곳이라 휴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재가 출가교도들이 휴양이나 봉사활동을 위해 라오스교당을 방문해 줬으면 좋겠다"며 "또한 교당 부설 화산문화의집과 자매 결연을 맺어 청소년 국제교류에 힘을 보태고, 라오스교당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교당 교도들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생활이 어렵거나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을 발굴해 교단의 인재 내지는 라오스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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