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人來問 母岳山中之事 此間消息 莫問覓 晝遊千山萬水中 夜夢三昧大寂光處 老松曲曲獨守靑 怪石兀兀聽水聲又云 時有涵養虛空法界之正氣 呑下山河大地之精靈 不知老之將至 羅漢之神眼 不能窺知 然余汝相知 不可使人知 呵呵

〈대산종사법어〉 소요편 9장

어떤 이가 찾아와 모악산 가운데 나의 일을 물을지라도 내 소식을 들어 알려고 하지 말라. 낮이면 천산만수 가운데 노닐고 밤이면 삼매의 대적광에 든다네. 노송은 굽이굽이 홀로 푸른빛을 지키고, 괴석은 우뚝 서서 물소리를 듣네. 또 이르기를, 때때로 허공 법계의 바른 기운을 머금어 기르고, 산하대지의 정령을 삼켜 늙어 감을 알지 못하나니, 나한의 신통한 눈으로 엿보아도 알지 못한다네. 너와 내가 알 뿐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네. 하하하!

젊은 나이에 폐질환을 앓았던 대산종사는 스승인 정산종사의 간절한 부촉으로 모악산 근처 원평에서 정양했다. 채약송은 생사의 위중한 고비에서도 정진을 멈추지 않았던 대산종사 수행의 면모를 드러내는 또 다른 시문이다. 아침이면 낡은 약초 망태에 주먹밥을 짊어지고 모악산 금산사 일원의 산속을 걸으며 약초를 캐는 것으로 소요하던 정경과 심경이 그림같이 담겨있다.

한 나그네가 대산종사에게 "보아하니 보통 어른이 아닌듯한데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내 이곳 모악산에서 하는 일을 물어 알려 하지 마오. 알려 해서 알 수 있는 일이 아닐뿐더러 알려주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대신 시 한수를 읊어보리다."

대산종사는 시로써 답했다.

"해가 뜨면 이 곳 저 곳 산과 계곡을 따라 한가롭게 노닐고 밤이 되면 삼매에 들어 공적영지의 자성(自性)에 머뭅니다. 늙은 소나무는 산길 굽이굽이에 홀로 그 푸름을 지키고 있고 천년 묵은 바위는 우뚝 솟아 물소리를 듣습니다. 허공법계에 충만한 기운을 머금어 기르고 산하대지의 정령을 삼켜 늙어 감을 알지 못하겠으니 어찌 저 나한(羅漢) 따위가 이 신통한 일을 엿볼 수 있겠습니까. 오직 그대와 나만이 아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일입니다."

이 신통한 소식은 묻고 헤아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도 몰랐거니 어찌 가섭이 전하랴. 알았다면 참으로 안 것이 아니니 허깨비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자명(自明)한 것이니 모를 것이 없다. 나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제자들이다. 나한이 눈치 채지 못할 일이니 부처님의 저 신묘한 소식 말고 무엇이 또 있겠는가. 마치 진묵대사가 고향 가는 길에 자신을 물에 빠트리고 시험하는 나한을 두고 꾸짖는 통쾌한 이야기와 흡사하다.

'부처님 회상의 어리석은 나한들아, 중생들이 주는 잿밥을 언제까지 탐할 것이냐. 신통을 부리는 일은 너희들이 더 나을지 모르나, 깨달음에 관해서라면 마땅히 내게 물어야 하리.'

모악산 불로장수 만병통치의 신비한 약초는 어디에 있는가? 대산종사의 호쾌한 처방이 그립다.

낮이면 천산만수 가운데 노닐고
밤이면 삼매의 대적광이 든다네


<경남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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