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기 그리고 인간, 정기학술대회

유학 귀신론, 이기·음양으로 풀어
김시습·남효온·이익 귀신관 분석


유학(儒學)에서 귀신의 문제는 흥미로운 주제다. 귀신론은 제사와 같은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담론화한 것으로 특히 성리학에서는 사물적 존재가 아닌 천지조화의 자연적인 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종교적 의례로서 제사도 마음의 감응에 따른 의식이라는 것이다.

12일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원장 류성태)에서 '기,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정기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학원 기학 박사과정에 있는 김혁배 씨는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의 귀신 담론, 귀신의 양상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귀신을 성리학의 음양과 이기(理氣)의 논리로 풀어냈다.

그는 "성리학에서 귀신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사를 지낸다거나 귀신을 쫓기 위한 수많은 행위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귀신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은 기본적으로 현세에서의 인간사회에 초점을 두고 내세의 명계(冥界)에 대해서는 구체화시키기를 꺼려한다.

그는 "그럼에도 귀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는다. 공자께서 귀신을 섬기는 것보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충실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며 "살아있는 우리도 언젠가는 죽게 돼 귀신이 되는 한, 귀신에 대한 논의는 결국 현재의 나에 대한 논의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그의 귀신담론은 공자(禮記)로부터 시작됐다. "기는 신이 성한 것이고 백은 귀의 성한 것이니 귀와 신의 합이다.-중략- 중생은 죽으면 반드시 흙으로 돌아가나니 이를 일러 귀라 한다. 살과 뼈는 아래에서 썩어가고 음으로 흙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 기는 위로 높이 올라가서 -중략- 백물의 정이 되나니 이것이 신의 두드러짐이다"을 인용해 귀신의 양상을 전개했다.

특히 송대 성리학에서 귀신은 철저하게 기로 해석된다. 그래서 귀신은 자연현상에 불과한 존재로 인식됐고 구체적으로 음양 두 기의 활동을 가리키는 양상을 띤다. 하지만 유교의 제사 문제를 보면 이와 같은 설명은 한계에 부딪힌다.

그는 "실제 유교에서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길흉화복을 전제로 한 제사나 제의가 이뤄져 왔다"며 "개인의 경우 조상의 장지나 제사를 통해 후손에게 길함과 흉함이 정해진다는 의식 때문에 제수를 정성껏 준비했고, 제수의 정성이 부족하면 조상들이 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생각에 귀신을 대하는 방식이 인격적인 측면이 강했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김시습, 남효온, 이익이 생각했던 귀신에 대한 담론을 분석했다. 그는 "김시습은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인물(人物)이라고 하고, 죽은 뒤에는 귀신이 된다. 죽은 뒤 귀신이 됐을 때 억울함이 맺힌 것을 '요매'라 했고, 이 요매는 산, 물, 계곡, 나무 등 곳곳에 존재하고 만물을 해코지하는 정도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명칭도 소, 역, 기망량으로 불렀다"고 언급하며 억울함이 맺힌 요매를 귀신이라 인식한 것이다.

반면 남효온은 귀신의 범주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남효온은 일원(一元)의 시종, 조석, 건곤 감리의 방위, 인금(人禽), 초목의 사생과 깊고 아득하고 괴이하여 해명하기 어려운 것까지도 모두 귀신으로 취급했다"며 "신의 종류를 천신, 지신, 인신, 산신, 수신, 곡신, 초목신, 오사지신 등으로 구별, 귀신을 특정한 요건에 의해 구별하고 있다기보다는 자연에 내재돼 있는 이치나 법칙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이익의 경우는 사람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귀신은 있기 마련이라며 창귀, 태자귀(太子鬼), 마(魔)라 하여 귀신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그는 "물에 빠져 죽거나 뱀에 물려 죽은 귀신을 창귀라 하고, 어려서 죽은 귀신을 태자귀라고 불렀다. 역질을 일으키거나 세간의 기괴하고 황홀한 것들도 모두 귀신의 소행이라고 말했다"며 "또한 귀신에 관해 조상신과 같은 올바른 기운의 발현보다는 잘못된 경우가 더 많음을 언급하면서 뭉쳤던 기는 항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가 뭉쳐 있는 결집력의 정도나 흩어지는 속도를 알 수 없으므로 조상을 섬기는 의례가 생겼다고 보면서 조상신을 귀신의 범주로 일반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성리학자들은 귀신을 사람과 같이 인식하면서도 귀신은 인간과 달리 음의 성격이기 때문에 주로 음기가 많은 곳에 존재하며 주로 밤에 나타나는 관계로 거소(居所)에서 사람과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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