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정직을 상징
동서양 모두 성스럽게 여겨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허진아 예비교무가 눈으로 만든 엄마 양과 아기 양.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를 보고 있으면 평화가 느껴진다. 양은 성격이 순박하고 온화하여 좀처럼 싸우는 일이 없다. 우리 민족은 양에 대해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로 여겼다. 양(羊)의 외형과 습성, 생태는 미(味), 상(祥)·선(善)·의(義)·희(犧)처럼 좋은 의미의 글자에 반영됐고, 상징화 되어 우리 생활문화 속에 길상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양은 '감사함과 은혜를 아는 동물'로 불렸다. 양의 신체 중 털이 없는 부분이 있는데 무릎을 꿇고 있는 시간이 많아 굳은살이 박인 탓이다. 옛사람들은 "양도 무릎을 꿇고 어미 은혜를 안다"고 생각했다. 양띠 생에 대해서도 양의 좋은 품성을 닮았을 거라 믿기에 호감을 갖는다.

중동의 유목민에게 양은 절대적인 식량으로 전 재산을 의미한다. 중동에서 탄생한 기독교에는 양에 관한 얘기가 많다. 〈성경〉에서 양은 속죄의 대상이었다. 양을 순하나 어리석은 동물로 여겼고, 항상 목자가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동물로 그렸다. 기독교에서는 백성은 양으로, 성직자는 목자로 생각하고 있다.

양은 희생의 상징이다. 서양에서는 사람을 징벌하는 신에 대한 희생물로 바쳐졌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제사용으로 쓰였다. 고대의 수메르·이집트·그리스·로마·게르만 민족들도 신에게 양을 제물로 바쳤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양을 성스러운 동물로 여겼다. 먹고 버린 뼈까지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시하는 영물로 간주하고, 고이 간직하기도 했다. 양의 가죽 옷은 제후나 대부 등 높은 신분에 있는 사람만 입을 수 있었다. 야생의 양은 활기차며 용기가 있고 독립적이다. 겨울의 무서운 폭풍도 겁내지 않고, 높은 산에도 오른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양들은 한 번 본 사람 얼굴을 기억하며 사람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구별할 줄 안다. 가축양은 야생 양을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개량한 것이다. 양들은 털갈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는 양의 털을 주기적으로 깎지 않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간주한다.

양은 인간에게 '다 주는 동물'이다. 양에서 털·고기·가죽과 접착제·기름·비누·비료·화장품 및 테니스 라켓용 줄의 원료와 재료를 준다. 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고 탄력성이 좋은 양털은 모직물·편물용 털실·이불 등을 만드는 데 이용한다. 현재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양을 사육하고 있다.

양은 뿔이 있지만 다른 동물을 해치는 법이 없다. 무리 지어 다니면서도 위계를 놓고 좀처럼 싸우지 않는다. 자연에 순응하는 환경 친화적인 동물이다. 새해, 정치와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양처럼 은혜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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