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 통일, 왜 100년의 의두인가

새해를 맞아 본지에서는 원기100년의 의두로 '남북평화 통일' 아젠다를 선정했다. 급변하는 북한체제와 동북아 정세 등이 예측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요즘, 분단된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며 거시적인 맥락에서 남북평화 통일을 조명해 봤다. 1주는 원기100년의 의두, 남북평화 통일, 2주는 현재 북한 변화와 국제 조류 분석, 3주는 통일관련 단체, 교단의 준비는, 4주는 통일 좌담회를 연재할 예정이다. 더불어 올해 본지에는 '통일 톡톡'을 신설해 남북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연재, 통일의 불씨를 살려낼 생각이다.(편집자)

▲ 한겨레고등학교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회장 후보 유세를 펼치고 있다.

# 한겨레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순녀(20·가명) 학생. 함경북도 함흥군에서 살던 그는 2살 때 아버지를 잃고, 4살 때는 하나 뿐인 언니마저 세상을 등졌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벗어나려 어머니는 어린 그를 놓아두고 중국으로 넘어가 취직했다. 10년간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생활하던 그의 모친이 한국으로 탈북해 정착하면서 간간이 유지되던 소식마저 끊겼다. 그의 어머니가 떠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가중됐고, 초등학교 졸업도 못할 정도였다. 13살 때는 중학교에 6개월 정도 다녔으나 이마저도 그만 두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사이 모친은 브로커를 통해 그의 탈북을 지원했지만 친척의 거짓말과 사기로 전혀 소식을 접하지 못하다가 18살이 되던 해 이모에게 남한에 사는 어머니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후 중국을 거쳐 탈북해 기숙형 한겨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북한에서 그는 야채장사나 광산의 막노동자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통일, 왜 100년의 의두여야 하나
2014년 8월 현재, 탈북자 26,000여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남북통일에 대한 희망은 예전 같지 않다. 기성세대에서 청년이나 청소년세대로 내려갈수록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은 줄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한 정권은 남한 대로, 북한 정권은 북한대로 현 체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남북한 내부적으로도 통일에 대한 여망은 지난 세월동안 지쳐버렸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설파할 것인지가 급선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일은 남북한 분단체제 하에서 오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며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는 작업이다. 또한 통일은 남북 분단으로 인한 전쟁의 공포와 긴장에서 평화번영이라는 선물을 줄 것이다.

평양교구 설립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남북통일에 따른 북한개발은 내수시장의 협소성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북한개발을 통한 대륙과의 연계는 물류, 통신 등 서비스산업 육성 및 확대의 엄청난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면적과 인구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내수시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남북한 통합시 인구(2010년 기준 7,300만명)는 세계 17위인 터키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자랑한다"고 밝혔다. ㈜리서치앤리서치가 2011년 기업체 대표나 임원 등 1015명을 대상으로 한 통일의식 설문조사에서 대기업이나 매출액이 큰 기업일수록 '통일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왜 원기100년의 의두가 통일이여야 하나. 이제는 교단도 민족과 평화의 문제에 목소리를 낼 때가 되지 않았는가. 남북한 통일의 문제는 민족의 문제이면서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한 방법이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겨레중·고등학교 곽진영 교장은 "이제 교단도 소수 종단의 한계를 벗어나 통일담론을 이끌고 이슈로 부각시킬 때다"며 "독일의 경우 1982년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5시 '평화의 기도회'를 통해 동독과의 통일을 염원하며 분위기를 확산시켜 통일 독일에 일조했다. 우리도 4개 종단이 함께 매일 광화문에서 남북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해 통일의 분위기를 확산시키자"고 말했다. 소수 종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족 거대 담론인 통일문제를 선점해 통일한국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통일 후 자화상, 탈북청소년
북한이탈주민과 학생들의 한국 정착과정은 남북통일 이후 겪게 될 미래의 자화상이다.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통일선봉일꾼'이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갖고 남한 정착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의식은 어느 정도 북한 주민이나 청소년들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겨레중학교 학생 54명과 고등학교 학생 100명이 참가한 '통일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이 된다면 언제쯤 될 것 같나'라는 질문에 5~10년이 30%, 10~20년이 20%, 5년 이내가 18%를 차지했다. 통일이 '현재까지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31%가 남북한 지도자들이 통일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답했고, 27%가 체제와 이념이 달라서, 21%가 남북한 간의 대화 부족, 11%가 주변 강대국들의 간섭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통일에 대한 생각'은 67%가 반드시 돼야 한다고 답했고, 20%는 큰 부담만 없다면 통일이 돼도 좋다고 표기했다. '통일이 된다면 어떤 체제의 통일'이라는 질문에 66%가 자본주의, 18%가 일국양제(자본주의+사회주의)라 답했다. 또한 '통일의 방식에 대해'서는 60%가 남북합의를 선택했고, 25%는 북한붕괴를 꼽았다. 북한붕괴로 인한 흡수통일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다는 점도 눈여볼 대목이다.

특히 주목된 점은 '북한이탈 청소년으로 힘든 점'에 대해 32%가 북한에 있는 가족을 못 보는 것을, 25%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24%는 남한 사람들의 차별적인 시선이라 답했다. 북한이탈 청소년들은 자본주의 체제 적응과 지역감정 못지않은 차별적 시선을 든 점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10%는 공부가 어렵다는 의견과 문화적인 차이로 힘들다는 의견도 나와 탈북청소년들이 복합적인 문제들로 힘들어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금강산 관광은 남북교류 협력의 상징이었지만 여전히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팔타원 황정신행 종사가 소태산대종사께 헌정한 금강산 10폭 병풍(원불교역사박물관 소장).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교단의 통일 활동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발언으로 남북교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3월28일 박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선언(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구상)은 오히려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전략으로 여기고, 민간의 대북지원 사업을 지금까지 거부하고 있다.

남북통일의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만 아니고, 주변 정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지난해 북한실세인 장성택의 처형 이후 주변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장성택의 위상은 북한의 네트워크이자 정보 소통의 창구였다. 이런 장성택의 처형은 중국을 분노케 했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동맹의 나라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나라로 격하시키며 원유 수출 중단과 무역 제재(대북 무역 54% 이상 감소)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감지하고 '중국이 감당할 예측이 벗어난 수준'이라 규정할 정도였다. 세계 패권국인 두 나라의 정책변화는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특히 중국의 변화는 파격에 가깝다. 혈맹이자 동맹이라고 생각했던 북한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먼저 만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교단은 지난해 3월 '원불교 100년,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주제로 평양교구 설립 2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교화훈련부와 평양교구, 원불교평화통일포럼이 주축이 돼 '원불교 100년, 한반도 평화와 북한교화'를 주제로 통일담론을 전개한 바 있다. 이날 이덕천 원불교평화통일포럼 연구위원은 "남북 분단을 극복할 방안 연구와 교육을 담당할 대학의 학과와 원불교통일연구소가 부재함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며 "남북 교류협력과 통일사업, 북한교화를 기획하고 지휘할 중심축이 필요하다. 교정원 직속 한민족한삶운동본부가 그 역할을 했으면 한다. 또한 통일분야 인재양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통일문제를 전담할 통합부서와 연구소 개설을 통해 체계적인 접근을 요청한 것이다.

지난해 11월7일 원불교은혜심기운동본부는 개성을 방문해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을 만나 인도적 지원 사업과 원100년기념대회 북측 참여 여부를 타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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