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길 정토회 에코붓다 전 공동대표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 원불교사상연구원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이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위한 불자들의 생명청규를 발표했다.
생명은 우주적 존재로 우열·선악 차별없이 평등
풀 한포기, 밥 한그릇에도 중생의 노고 깃들어
끊어놓은 생태사회, 관계 회복의 책임 인간에게 있어

생태위기 시대에 불교의 가르침이 이런 위기를 치유할 사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정토회 에코붓다 전 공동대표)은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위한 불자들의 생명청규(淸規)'의 논문에서 그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는 의상대사의 법성게의 말처럼 하나 속에 전체가 전체 속에 하나가 들어 있는 것이 생명이다. 티끌 같은 작은 생명도 온 우주가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며 그 작은 생명하나도 온 우주에 두루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며 "따라서 생명은 우주적 존재이며 모든 생명은 우열과 선악, 차별없이 평등한 존재이며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자연과 생명을 마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할 수 없을까를 고뇌했던 싯다르타의 사상과 연관이 있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의 출발은 곧 모든 생명이 더불어 행복하기 위한 생명의 가르침이며 만생명의 행복을 위한 싯다르타의 고뇌는 오늘 생태위기 시대에 주는 중요한 화두"라고 역설했다.

그의 고민은 세계인구의 5%에 불과한 미국이 세계자원의 34%를 소비하는 미국식 생활양식을 모든 인류가 지고지순의 목표로 삼는 한 인류의 절멸은 자명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그는 "발전 패러다임을 가난한 나라에 이식하려는 구호와 개발지원은 결과적으로 지역고유의 전통적 공동체를 파괴하고, 그들의 야수적인 시장경제에 편입시켜 경제식민지를 만들어 인류의 위기를 가속화시킨다"며 "오히려 가난한 나라의 전통문화와 그들의 자립적인 마을개발, 공동체를 토대로 '가난도 부정하지만 풍요도 부정하는' 가치로 개발지원과 구호활동이 전환돼야 함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불자들의 생명청규는 이렇다. 그는 "천지자연은 수많은 생명들로 이뤄졌다. 우리 인간도 이들과 더불어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나는 뭇 생명들과 한 몸임을 깨닫고 이들을 나의 부모, 형제처럼 소중히 여기고 공경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연으로 땅위에 사는 것이나 땅 속에 사는 모든 생명을 가꾸고 소중히 하고 육식위주의 식사를 삼가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옷과 제품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며 사람과 사람은 경쟁과 대립의 상대가 아니다"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은 서로를 살리는 생명의 관계에 있다. 나는 이웃을 돕고 자연을 살리며 인간과 다른 생물사이의 평등과 평화를 이루는 생명살림의 일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티끌 하나, 풀 한포기, 물 한방울, 밥 한그릇에도 우주가 있고 만 중생의 노고가 깃들어 있다. 물건을 함부로 쓰고, 나무를 함부로 버리며, 밥을 함부로 먹는 마음은 곧 우주만물을 함부로 취급하고 만중생을 업신여기는 반생명적인 일임을 깨닫고 모든 물건을 소중하게 공경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모든 것은 순환하여 결국 내게 다시 돌아오는 이치를 알아,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맞지 않는 인공적인 물건을 생산하거나 소비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절제의 마음으로 생활한다"고 선언을 했다. 환경운동가들의 경전과도 같은 책인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는 특히 불교경제학이라는 장을 둬 불교적 가르침이 바로 이 시대를 치유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자들의 실천없는 진리에 대한 자부심은 공허한 지적 허영일 뿐 진정 부처의 삶을 따르는 행동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불자들은 수행하면서 실천하고 실천하면서 수행하며, 나아가 실천 자체가 수행이 되고, 수행 그 자체가 실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생명을 파괴하고 자연을 훼손한 과보를 받고 있지만 결국 회복을 위한 책임도 인간에게 있다고 주장한 그는 "우리는 모든 생명들 '덕분에' 그 은혜를 입고 사는 존재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은혜를 되갚는 '보은의 삶'이 돼야 하며, 인간이 끊어놓은 관계를 잇고 회복시키는 책임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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