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하례 마음공부 감상담
계룡교당 김동명 교도

원불교와 인연을 맺은 건 13년 전 아내와 결혼을 하면서이다. 그 이전 내가 아는 원불교는 올림픽대로를 오가며 보았던 흑석동 원불교 서울회관 외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일원상 정도였다. 그것도 처음엔 일원상이 원음방송 마크인 줄 알았다. '동그라미와 원음, 참 마크 심플하게 잘 만들었네' 했다.

결혼을 하고 처가와 인연이 깊은 김인경 교무께 인사차 부안교당에 갔다가 얼떨결에 입교란걸 하게 됐다. 동명이라는 법명도 받았으나 어찌보면 그걸로 끝이었다.

3년 전 형님이 갑자기 열반했다. 3남4녀의 형제들이 모여 장례를 치른 뒤 49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가 됐는데, 형제들 사는 곳도, 종교도 다 달랐기에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에서 막내였던 내가 "49재는 내가 모실테니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참석하세요. 계룡이 지리적으로도 중간이고, 원불교식으로 하면 기독교나 유교, 불교와 상호절충도 가능할 것 같으니 그리 하겠습니다"라고 선언 아닌 선언을 하게 됐다.

이렇게 대책 없이 일은 벌려 놓고 계룡교당 정인화 교무께 부탁했더니 흔쾌히 승낙을 했고 재를 모시게 됐다. 그러는 동안 참 이상했던 것이 형제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참석하지 않는 천도재에 교도들은 매주 빠지지 않고 축원해주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이렇게 천도재에 참석하는 것이 공덕을 쌓는 거다"고 말했다. "참, 착한 종교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불현듯 '이렇게 살다 내가 먼저 죽게 되면 아내는 나를 원불교 식으로 장례를 치를 테고, 그럴리야 없겠지만 행여 아내가 먼저 죽더라도 내가 원불교 식으로 장례를 치러 줘야는데, 원불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선 안되겠다' 싶어 〈교전〉을 꺼내 읽게 됐다. 나는 어릴 적에는 할머니 손을 잡고 절에 다니고, 중·고생 시절에는 교회를 다녔다. 어찌보면 내 영성의 중심에는 늘 기독교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교전〉보다 〈성경〉이 익숙한 나였기에 너무 쉽게 씌여진 〈교전〉을 일독한 후의 첫 느낌은 '이래서 종교가 되나?' 하는 거였다. 〈교전〉에는 내가 알아왔던 다른 종교와는 전혀 다른 사람 냄새만이 가득한 경전이었다. 이후 개인적으로 인생의 전환을 맞았다. 20년간의 군 생활을 정리하고, 사회에 나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직원 3명과 함께 조그마한 IT회사를 창업하고 참 바쁘게 지냈다. '바이블25'라는 기독교 관련 앱을 만들면서 1년 남짓 열심히 한 덕에 지금은 110만 정도의 회원과 평균 12만명이 찾는 앱으로 자리하게 됐다. 지금도 전국 5만5천개 정도의 교회에서 신년예배를 통해 전국 13만명이 〈성경〉 대신 스마트폰으로 예배를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 장모와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기도하는 장모와 아내는 교당에서 사배를 올리고 있는데 정작 그 기도의 힘을 받은 내가 조그마한 뭐라도 해야겠다는 고민이 생겼다. 이러던 차 대전충남교구 최정풍 교구장을 만나게 됐다. 최 교구장이 생각하는 마음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면서 어쩌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날 '마음공부 세계화 합시다'라고 적어준 메모처럼 마음을 합해 만든 것이 바로 '소태산 마음학교' 앱이다.

소태산 마음학교 앱은 현재는 한 2천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참 고마운 앱이다. 아침 8시30분이면 날아오는 '마음편지'를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잡고, 〈교전〉을 펼치기도 하며 그렇게 8개월을 지냈다. 이런 내게 희안한 일이 생겼다. 업무적 이유로 아직도 〈교전〉보다 〈성경〉을 자주 접하면서 언제부턴가 잘 이해되지 않았던 〈성경〉 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요즘은 기독교인에게 되려 〈성경〉 강해를 하는 일도 자주 있다. 〈대종경〉 전망품 14장, "예수교에서도 예수의 심통 제자만 되면 나의 하는 일을 알게 될 것이요, 내게서도 나의 심통 제자만 되면 예수의 한 일을 알게 되리라"는 대종사의 말씀이 그것이다. 새해인사도 바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닌 '복 많이 지으세요'이다. 복이란게 내가 지은 복으로 말미암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