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불교가 세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법, 교단 운영과 교도 삶속에서 실현해내야

미국에서 지내온 시간이 한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욱 늘어가는 나의 인생을 회고해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본다. 미국을 태동시키고 이끌어왔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원불교 개교100년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1776년, 미국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할 때 그 건국이념을 독립헌장(Declaration of Independence), 헌법(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그리고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통해 선포하였다. 일인의 군주나 독재자에 의하여 다스려지는 나라가 아니고 민중에 의해서 통치되는 민주주의를 건국의 이념으로 구상한 것이다. 민중이 주인이 되어서 개개인에게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를 위한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의 선언이 미국 건국의 첫 단추였던 것이다. 독립헌장이 쓰여질 당시, 초안의 책임을 맡은 토마스 제퍼슨(후에 미국의 3대 대통령이 됨)은 독립헌장과 헌법에서 밝힌 정도로는 개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후에 권리장전을 첨가하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초대 죠지 와싱톤 대통령을 시작으로 하여 민주주의라는 이념과 원리를 2세기 반 동안 실천해옴으로써 인류문명사에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의 모범을 정착시켜 왔다.

올해는 원불교가 개교10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정신개벽을 통해 참 문명세계, 낙원공동체를 향도하고자 출범한 원불교가 미국 땅에 소개된 지도 어언 사십 년이 훌쩍 넘었다. 합리적 이상을 지닌 원불교가 개인의 권리와 민주주의라는 합리적 이념과 원칙을 중시하는 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원불교는 조선말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남북분단, 군부정권, 독재정권 등 암울하고 생존자체가 보장되지 못했던 한국 근대사의 영향을 받다 보니, 원리와 원칙을 주장하고 고수하려는 노력과 시도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먼저 내가 살아야지 원리나 원칙도 가능하다는 한국적 상황논리가 교단 내에도 어쩔 수 없는 상식으로 자리잡아 온 것이다.

반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개개인의 동등한 권리를 실현시키는 민주주의 이념과 원칙을 주장하면서 세워진 나라인만큼 개개인들의 양심과 합리적 판단하에 원리와 원칙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삶을 담보로 그를 고수하려는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종교의 자유, 여성의 권리 (교육, 참정, 직업, 결혼 등), 소수인종의 권리, 성적소수자의 권리, 동물의 권리, 자연의 보호 등 여러 영역에서 원리와 원칙을 실현시키려는 개개인들의 노력과 투쟁들 덕분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고 발전적이고 진보적인 사회를 만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토양에서는 이처럼 합리적 이념과 그 실천을 중시하기에 비영리단체 뿐만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있어서도 단체의 시작과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설립이념이다. 그래서 회사의 발전이나 확장이 설립이념에 바탕하여 실현되고 있는가를 회사 성공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원리와 이념을 중시하고 그 실천의 전통을 이뤄낸 미국이란 토양에 뿌리내리는 일은, 원불교가 한국의 원불교에서 세계 속의 원불교로 나아가며 사오백년 결복교단의 비전과 소명을 실현시키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자면 원불교의 원융하고,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가르침들을 말로만 전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교법원리와 이념들을 교단의 운영과 교도들의 삶속에서 현실화해가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경산종법사께서 내려준 원기100년의 약속하에 진행 중인 교헌개정의 과정은 원리와 원칙의 합의를 도출코자 하는 노력으로써 교단의 집단 연구력면에서 크나큰 발전이라고 본다. 더불어 정의와 원칙을 죽기로써 실천하는 교단의 집단 취사력 역시 함양될 수 있도록 정진해 가는 원기100년을 기원해본다.

<미주선학대학원 / 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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