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낯선 발걸음으로 총부 법은관을 향해 걷던 원기99년의 가을이었다.

길가 은행나무에 황금빛 노을이 걸쳐진 총부의 첫 모습은 소리 없이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었다. 2013년 10월부터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일과 인연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이 원불교 교단에서의 역할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났고 살고 있으니 당연히 서울에서 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약간씩 비껴가는 일과 인연들. 언제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기도를 하면서 그 답을 구하며 살았기에 이번에 하는 기도는 어쩌면 일생을 통하여 가장 소중한 답을 얻는 일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기도한 지 만 1년여 되는 작년 가을에 총부로부터 안내실에서 근무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부분의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 적응하는 한 달 동안'내가 왜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수도 없이 묻고 또 물었고 안내실을 방문하는 분들도 가장 많이 그 이유를 궁금해 했다.

어느 날 잠시 휴식 차 박물관 2층으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는데 대종사께 합장하며 '제가 이곳에 교단 일하러 멀리 왔습니다' 하며 인사 올린 후 첫 번째 벽화 앞에 섰을 때다. 마치 감전된 듯한 느낌으로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왜 이곳 총부에 와야만 했는지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인연 따라 이곳에 왔다가/ 소중한 인연들 속에 머물며/ 그 인연 다하면 본래 왔던 그 자리로/ 흔연히 돌아가는 세상의 이치.

이렇게 기도의 답으로 찾아 온 성지 입구에서의 지난 가을 그리고 유난히 눈이 많이 왔던 긴긴 겨울은 큰 용기를 내어 멀리서부터 찾아온 이방인에게 화사한 봄 향기를 가득 선사해 주었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교화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세상과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서 성지의 문을 활짝 열었고 안내실을 신축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유리창을 통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교화는 상대의 눈높이로 다가서면서 마음의 경계를 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는 세상 속에서 대중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감지하여 그들 가까이 다가가 손 내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느낀다.

지금 시대는 전문서비스 경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건을 만드는 업체의 A/S가 좋아야 그 브랜드의 물건을 흔쾌히 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교화 또한 세상을 향한 감동 서비스를 위하여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총부 안내실은 원불교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길목이다. 그에 걸맞게 중앙총부 배치도가 있는 원불교 팜플렛, 전라북도 관광안내지도, 전라북도의 이야기가 있는 테마여행, 마음공부로 행복을 열어가는 원불교 등의 안내 자료를 비치해 놓고 있다.

또한 위급한 상황일 때 간단한 조치를 할 수 있게 구급상비약 상자를 준비해 놓았다. 갑자기 비나 눈이 많이 올 경우에 빌려 갈 수 있게 장우산을 몇 개 비치해 놓기도 했다.

학생들이나 일반 방문객들에게 친절한 미소와 함께 원불교에 대한 훈훈한 인상을 주고 필요한 부분들을 세심히 살펴 배려하면서 한 발 한 발 정성스럽게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명한 안내실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햇살이 참으로 눈부시게 화사한 빛을 전해준다. 아직은 갖추어진 것보다 부족한 점이 많으나 이제 또 어떤 것들이 교화를 위해 필요할까를 늘 생각 중이다.

이 작은 정성들이 모여 메아리로 널리 퍼져 나가서 온 세상을 일원의 꽃으로 아름답게 물들이게 되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며 성지를 지키는 마음에 잔잔한 행복이 가득 전해옴을 느낀다.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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