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金宗三 1921-1984 시인)

김종삼은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평양 광성보통학교를 마치고 일본 도요시마 상업학교에서 공부한 모더니즘 시인이다. 그는 비약적 상상력과 이질적인 심상을 연결하여 의미보다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시를 썼다. '보헤미안'이란 별명을 얻은 김종삼의 시집엔 '십이음계', '시인학교' 등이 있다.

이 시는 겸손하고 쉬운 듯하지만 시인인 자기를 부정하는 역설적인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시 '물통'은 과감한 생략과 비약을 사용하여 비어있는 세계를 깨닫게 하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정말 우리는 한 평생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희미한 / 풍금 소리가 / 툭 툭 끊어지고 / 있었다 //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고 // 머나먼 광야의 한 복판 / 얕은 / 하늘 밑으로 / 영롱한 날빛으로 / 하여금 따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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