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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삶 14 / 사진·영화·드라마에 담은 우리 사회의 단면
대안의삶 14 / 사진·영화·드라마에 담은 우리 사회의 단면
  • 민소연 기자
  • 승인 2015.02.27
  • 호수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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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사회를 보는 시대정신의 새로운 기준
▲ 단원고-시리아 청소년들이 사진을 통해 고통을 치유한 사진전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가 서울 종로구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단원고-시리아 청소년 사진전
비정규직 다룬 드라마 '미생', 영화 '카트', 웹툰 '송곳'
예술은 현실 인식의 창이자 고발과 치유 과정


2월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리에서 가슴 먹먹한 전시가 열렸다.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사진전에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시리아 난민 청소년들이 직접 찍은 작품이 걸렸다. 작년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을 포함한 단원고 학생들과 발발 4년을 맞는 내전을 피해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 캠프에서 살고 있는 시리아 청소년들은 상실과 괴로움, 그리움과 희망을 렌즈에 담아냈다.

친구들의 하교길 뒷모습, 난민촌 전경, 가족들의 신발, 날개짓하는 새 등 어찌보면 너무나도 평범하고 별 것 없는 사진들 속에 청소년들의 고통과 치유가 담겨있다. 사진 속에 담긴 그들의 속마음에 다시 한번 그 날의 상처와 마주하며 왜 이런 비극이 존재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지 세상에 묻는다.

이처럼 예술을 통해 사회 현상에 대해 재조명하고, 우리 사회의 불의나 불합리에 공감하며 시대정신을 찾는 시도가 늘고 있다. 사진은 물론 TV드라마나 인터넷 만화, 영화, 연극, 음악 등을 통해 우리는 억울함이나 아픔에 공감하고 옳지 못한 권력과 자본에 대해 분노한다.

지난 연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한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은 신드롬을 낳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회사라는 조직을 실제와 가장 가깝게 담아낸 것으로도 화제가 됐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 '장그래'가 비정규직의 현실을 잘 대변했던 것이 주효했다. 고졸에 이렇다할 스펙 하나 없는 장그래가 출중한 능력을 보이며 팀워크를 발휘할 때는 모두들 환호했지만,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했을 때 시청자들은 그와 함께 울었다. 많은 청춘들의 '내 이야기'였던 드라마 '미생' 이후, 우리 사회는 '장그래법'을 비롯한 비정규직 논란에 휩싸였다. 드라마 한편으로, 우리는 이 사회의 현실을 목도한 것이다.

드라마 '미생'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원작자인 만화가 윤태호 씨도 새롭게 조명됐다. '이끼', '인천상륙작전' 등을 연재한 그는 인터넷 만화인 웹툰으로 소통했다. 접근성과 노출력이 높은 웹툰은 사회 현상을 담아내며 큰 공감과 의견을 끌어내는 데 적합하다. 영화로도 제작된 '이웃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강풀 작가도 '26년'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으며, 촛불집회나 세월호 참사 등 시의적인 사안에 대한 단편도 계속 내고 있다.

▲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의 투쟁을 담은 부지영 감독의 영화 '카트'(2014).

대한민국의 노동현실과 노조 문제를 다룬 웹툰 '송곳'은 사회 부조리와 불합리를 담아낸 인기 작가 최규석 씨의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한 대기업 과장이던 김경욱 씨를 실제 모델로 그려내 많은 네티즌들에게 새로운 현실 인식의 창이 됐다. 그는 전에도 만화 캐릭터들의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가난한 대학생들의 비루함을 담은 '습지생태보고서', 6월항쟁과 민주주의를 드러낸 '100℃'와 같은 단행본으로 '삐딱한 감동을 주는 시사만화가'라고 불린다.

사회의 단면을 예술로 담아내는 가장 활발한 통로는 영화다. 최근 다큐의 흥행과 함께 사회 인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작년에 어렵게 개봉한 '탐욕의 제국(감독 홍리경)'은 삼성 반도체공장의 실제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고통과 투쟁을 담아냈으며, '또 하나의 가족(감독 김태윤)' 역시 실제 피해자들의 고독한 사투를 세상에 알렸다.

영화의 사회인식과 참여는 다큐를 넘어 상업영화로 확대됐다. 작년에 개봉된 '카트(감독 부지영)'는 대형마트 직원들의 일방적인 해고 통지와 노조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등 상업배우들이 출연해 더욱 화제가 된 카트의 명대사는 주인공의 "저희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니에요.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였다.

최근 영화 '쎄시봉'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킨 70~80년대는 연극과 음악을 통한 저항이 거센 시기였다. 당시 대학로 무대에 오르는 대부분의 연극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고 있었으며, 지금도 사랑받는 양희은, 송창식, 김민기, 정태춘·박은옥 등의 노래는 어려운 시대 결속력과 희망을 갖게 했다. 음악을 통한 사회 인식은 시대를 넘어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故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장기하와 얼굴들, 최근 방탄소년단까지 시대인식과 철학을 담은 노랫말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 가난한 대학생들의 반지하 생활을 담은 최규석의 단행본 '습지생태보고서'(2005).

예술은 그 사회의 단면을 담아내고 부조리를 밝히는 권리나 의무, 아름다움과 감동 추구와 더불어, 생산자나 수용자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다. 단원고와 시리아 청소년의 사진전은 예술 그 자체가 고발이자 치유인 경우였다. 사진전을 위해 단원고 학생들은 작년 8월부터 한겨레 곽윤섭 기자로부터 사진 수업을 받아왔으며, 자타리 난민촌 청소년들은 2013년부터 사진작가 아그네스 몬타나리의 수업을 받았다.

19일로 막을 내린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 전시에는 사진과 함께 청소년들이 직접 쓴 글이 걸려있었다. "사진을 배우러 온 것은 사진이 유일하게 우리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에요. 시리아에서 일어났던 일을 외부 세상에 알릴 수도 있게 되었고요.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해요."

시리아 청소년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왜 사진이 그토록 중요했으며, 우리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데 있어 왜 예술이 필요한지를 잘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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