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장

2007년 여름 금강산에서 남북 민간교류 대표들이 모인 실무접촉이 있었다. 그 무렵에는 대부분의 실무회의가 금강산에서 이루어져서 금강산 가는 것이 지겨울 지경이던 시절이다. 회의는 구룡폭포 가는 중간에 아름다운 금강산 계곡을 끼고 자리한 목란관 휴게소에서 있었다.

결과는 남과 북의 대표들에게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고 오랜만의 기분 좋은 회의 후에는 목란관 바로 아래 물가의 너른 바위에 남북이 어울려서 옹기종기 앉아 소창을 했다.

한창 여흥이 무르익자 남인지 북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서로를 껴안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여름이라지만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물속에서 물싸움 놀이도 하고 헤엄도 치다가 물 밖으로 나오자 허기가 졌고 그 때 북측 대표 중 한 사람이 박을 타서 만든 커다란 바가지에 밥을 비벼 가지고 나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떠먹여 주고 받아먹으며 즐거워 했다.

통일이었다. 그 순간 금강산에 남과 북은 없었다. 박광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 같았다. 나는 지금도 그때 그 영화 같은 광경이 즐거운 기억으로 떠오르곤 한다.

금강산은 원불교 교도라면 누구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란 것을 잘 알 것이다. 소태산대종사께서 제자 3인과 더불어 1930년 5월28일부터 6월5일까지 8박9일 동안 내금강 외금강을 두루 탐승하시고 "금강이 현세계(金剛이 現世界)하니 조선이 갱조선(朝鮮이 更朝鮮)이라" 하시며 "이 나라는 장차 어변성룡이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이 나라는 도덕의 부모국 정신의 지도국이 될 것이다. 장차 금강산에 세계종교본부를 세워 세계의 어머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시하셨다.

금년은 원기100년, 광복70주년, 6.15공동선언 15주년이기도 하지만 소태산대종사께서 금강산에 부처의 자취를 남겨주신 지 85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식 표현으로 소위 '꺾어지는 해'가 겹겹이 겹치는 해이다. 북한은 5년 10년 단위를 '꺾어지는 해'라고 부르며 강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의미 깊은 해에 반드시 8년째 중단되고 있는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금강산에서 남과 북의 종교인이 함께하는 광복70주년 원불교100년을 기념하는 '평화기원남북합동대법회'를 열고 수위단회를 함께하여 85년 전 소태산대종사의 법문을 우리들의 꿈으로 인류 평화를 위한 비전으로 재확인하는 '금강산세계종교본부'를 계획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광복70주년, 원불교100년 기념
평화기원 남북합동대법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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