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단회, 문답 감정 해오 점검
저단으로 분위기 확산 기대

상위 교화단인 각단회(角團會)가 단장·중앙의 문답감정(問答鑑定) 중심의 공부문화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동안 각단회는 항단별 상황보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정체성 문제와 비효율적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2월24일 열린 각단회는 상위 교화단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한편 공부중심의 교화단을 선도해 항단(亢團)과 저단(氐團) 단모임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각단회의 공부문화는 교리공부발표, 일기발표, 상황보고 순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됐고, 배은종 단원의 '변산구곡로 석립청수성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라는 교리공부가 발표되자 단원들은 서로 감정(鑑定)을 주저하며 멋쩍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공부 분위기로 돌려 단원마다 감정의 붓을 들었다.

김주원 단원은 "이 의두성리는 내 마음이 거기에 합치됐는가를 봐야 한다. 무무역무무는 무심이 표준이고, 비비역비비는 주착심이 없는 것을 표준한다"며 "나를 보면 상대에게 걸린 부분은 대부분 놓아진다. 걸려있다고 하더라도 며칠 지나면 무심해지더라. 일을 하다 보면 주착이 생기기 마련인데 좋은 일도 주착심이 생긴다. 이것을 알아차려 주착 없는 것에 표준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안인석 단원도 "기본적으로 성리공부는 분별사량과 고착된 생각을 무너뜨리는 것이다"며 "존재적 허상과 가치적 허상을 잘 알아 찾아내야 한다. 이 의두는 하나로 바라보는 관점과 이면을 헤아리는 관점이 있다. 나타나지 않은 것을 풀어내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원들의 감정을 들은 경산종법사(단장)는 "예전 김중묵 종사께서 '의리선으로 따져보라. 비행기가 처음부터 하늘을 날지 못한다. 문자로 따져보고 나서 성리공부를 하라'고 한 뜻을 참고하라"며 "진공묘유의 의리선적인 설명을 충분히 해야 객관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염주를 만져 본 사람과 바라만 본 사람은 차이가 있다. 글자에 현혹되지도 말아야 하겠지만 석립청수성에서 돌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자리를 알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마음에 대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감정했다.

'어느 날의 상념'이라는 이정선 단원의 일기발표를 듣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단원들은 감정의 시간을 가졌다. 경산종법사는 "글이란 연마를 해야 나온다. 경계를 당해 이것만은 확실히 느꼈다는 것을 기재해야 한다. 경계를 대하면 감정만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사리연구가 안 된 탓이다"며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을 밝혀주는 것이 감각감상이다. 깨달음을 충실히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단의 일기기재 방식도 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산종법사는 "심신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구분해서 기재하자"며 "일기기재 방식이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기재되고 있다. 기재방식의 틀을 만들어 공부문화를 정립해 가자. 대학원대학교에서 기존 기재 형식을 참고해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 김혜봉 수위단회 상임중앙은 "오늘 각단회는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다. 각단회를 통해 공부한 내용들이 항단과 저단으로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색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다음 각단회는 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감상을 전했다. 중앙중도훈련원에서 이어진 각단훈련에서는 항단운영 사례발표와 박중훈 수위단회 사무처장의 '각단원과 항단 단장 중앙의 역할'에 대한 보고가 진행됐다.

한편 경산종법사는 개회사에서 ▷교화 제일주의 강조 ▷단회 통한 교법 연마 ▷SNS 활용한 사이버 교화 ▷ 심신작용처리건, 감각감상 표준화 작업 ▷출가교화단별 공부결과물 출판 분위기 조성 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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