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장

2015년 새봄, 각 학교마다 새로운 수업이 시작되는 날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됐다. 여기에 대응하여 북에서는 남포에서 동해상으로 사거리 470Km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북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으며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봄이 시작되는 날에 이 땅 한반도는 싱그러운 꽃소식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군사훈련과 보복의 다짐들이 연이어 전해졌다. 뉴스 화면 가득 철조망과 탱크, 미사일 발사가 비쳐졌다. 새봄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6.25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기에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열전이었으며, 남북만이 아니라 세계 주요 강대국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전쟁이었다. 마을마다 이념으로 나뉘어 서로를 죽이고 죽는 학살이 자행되었다. 동족끼리 마을의 우물가에서 참혹하게 서로를 재판했고 무자비하게 죽여 마을 뒷산에 묻었다. 이것이 전쟁인 것이다. 이 전쟁은 남북분단을 고착시키고 한반도에서 적대적 공생(Symbiotic Antagonism) 관계로 특징지어지는 독특한 분단체제의 형성을 가져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예외 없이 남북 간의 긴장을 이용하여 권력을 유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제자 이정무가 정산종사께 여쭈었다. "앞으로 세계적인 전쟁이 있겠습니까" "허공에서 이제는 전쟁을 않기로 했는가 보더라. 국부전은 있어도 세계전은 없을 것이다. 남북통일과 세계 평화는 무위이화로 될 것이다. '우리 이러지 말자' 하고 손잡을 날이 올 것이다."

제자 송달준이 정산종사께 여쭈었다. "언제나 남북이 통일되겠습니까" "조선 오백 년 동안 업연으로 막힌 것이니, 그 업이 다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미운 사람이 없어져야 될 것이며, 마음에 척이 쌓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제자와 정산종사 사이의 문답에서 일찍이 우리 원불교인들은 평화와 통일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산종사께서 말씀하신 무위이화(無爲而化)를 해야 하는데 남과 북은 한 번도 무위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노자가 말한 무위란 빈둥빈둥 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무위는 유위(有爲)의 상대적인 표현이다.

정치 지도자가 유위를 하게 되면, "백성들은 더 가난해지고, 세금을 더 내야 하며, 더 굶주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법이 엄격할수록 도둑이 많아진다"고 노자는 말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무위란 국민을 상대로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말라는 뜻이다. 즉 정산종사의 말씀은 남과 북의 정치 지도자들이 분단을 이용해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을 억압하고 속이고 협박하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평화통일이 온다는 뜻이다.

이제 곧 봄꽃들이 온 세상을 덮을 것이다. 총칼이 온 세상을 뒤덮는 것보다 꽃이 온 세상을 뒤덮는 게 훨씬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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