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마음공부 싣고 달리는 시내버스"

대중교통서비스부문 서울시장 표창
승객과 동료에게 마음공부 전해

"이 직업 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라고 말하는 서울교당 한원성 교도(61·호적명 상묵). '행복한 시내버스기사'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는 존재이자 짧게나마 내 안전을 맡기는 시내버스기사, 그 책임도 그에게는 기쁜 보은이요, 마음공부의 기회다.

국내 자동차 2천만대 시대, 그러나 시민들 가장 가까이서 편리한 발이 되는 것은 여전히 시내버스다. 특히 서울시 시내버스 이용인구는 2013년 기준 하루 4백5십만 명. 1년이면 누적인원 16억 명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며, 지하철과 함께 시민들의 이동을 책임지고 있다.

그가 속해 있는 주)한성운수는 서울시내 66개 운수회사 중 3~4위 규모인 큰 회사다. 한성운수의 노선 중 그가 맡은 버스는 광명차고지와 을지로입구를 잇는 504번. 도심 한가운데가 포함되어 있어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 승객 수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시청이나 을지로 쪽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발이 되다 보니, 출퇴근 시간 빽빽이 들어선 승객들의 안전이 더욱 중요한 노선이다.

남들과는 다른 삶, 그에게 들어봤다. "새벽 첫차는 3시55분에 차고지에서 출발합니다. 한번 가는데 2시간반 정도고, 출퇴근 시간에는 3시간반까지 걸려요. 막차는 차고지 도착 기준 새벽 1시10분이지요. 오전, 오후 2교대고요."

새벽 3시에는 출근해야 하는 오전근무와 집에 오면 새벽2시가 훌쩍 넘는 오후 근무의 교차. 그는 입사 2~3년까지 이 리듬을 맞추느라 체중이 6~7kg씩 빠졌다. 차고지에서 쉬는 시간이래봤자 하루 합쳐도 1시간이 안 되는 일상, 그는 "그래도 예전엔 점심식사를 포함 30분 정도였는데 많이 좋아진 편이죠"라고 덧붙였다. "승객들과는 늘 만나지만 동료와의 시간은 짧아요. 그러다 보니 외로운 기분도 들 때가 있어요. 반면에 차고지에서 동료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지요."

단점을 장점으로 돌리는 이러한 힘 덕분에 그에 대한 신망과 호감이 두터운 건 당연. 몸에 밴 감사생활 덕분에, 그는 작년 서울시 대중교통서비스부문 서울시장 표창까지 받았다. "잘 몰랐는데, 회사에서 추천한 모양이에요. 그 덕분에 교화가 힘 받을 수 있어 감사했죠."

시내버스 운전승무원이 되면서 '이것이 내 마지막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이 생을 보은의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다는 한원성 교도. 그의 교화가 바로 그 마음에서 비롯됐다.

"내가 하루에 몇 명과 만나나 생각해봤어요. 평균 800명 정도더라고요. 잠깐 타고 내리는 거지만 그게 다 인연이잖아요. 한 명 한 명 선연 쌓는 마음으로 만나자 싶어 탈 때 감사인사, 내릴 때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합니다."

'누구나 감사생활, 마음공부 하는 세상'을 꿈꾼 그의 서원은 직장에까지 이르렀다. 운전자 직무, 인성교육이 한창 대두되고 있는 요즘, '마음공부가 곧 그 방향과 맞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민원 대책을 보면, 발생하면 불만 끄는 단시안적인 경향이 큽니다. 그런 경계에 있어, 마음을 발견해 공부하는 방향이라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싶었어요. 좋은 세상 만들고, 버스 환경이나 승객의 행복 위해서는 마음공부를 알려야겠다 생각했지요."

그는 동료들에게 마음공부를 전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마음 잘 보고 있는지', '승객과 갈등이 있을 때 먼저 들어주기만 해도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등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전하다 보니 자연히 직장교화의 길이 보였다.

"5년 전 교당에서 5개년 계획을 세울 때 박성연 교무님이 기도 명단을 작성하라고 하셨거든요. 회사 임직원부터 가까운 사람들까지 한 명 한 명 명단을 올려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150여 명에 달하는 기도인 명단, 그가 보내는 문자법문은 당사자에게 와닿는 실지불공에 대한 내용이 많다. 특히 '불보살'같은 낯선 단어를 '인격자' 등으로 문맥에 맞춰 바꿔 보내, 조금이라도 더 공감하도록 노력하는 그다.

"제가 서울회관 교화용품센터 단골이에요. 신간도 보고 교화용품도 구입해 선물하면서 기회를 넓히죠. 그렇게 하다 보면 '이 사람은 대종사님이 이미 수첩에 적어놓으신 분 아닐까' 생각되는 경우도 있어요."

'짧게는 6개월, 평균 1년'은 걸린다는 직장교화, 그는 원기100년까지 100명을 목표로 현재 64명을 입교시켰다. 작년 교구와 교당 개인 입교대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도 현재까지 10명을 기록하며 서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 근무환경이 일요법회 출석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니 교무님이 원무를 권유해 주셨어요. 당장 원무훈련을 신청해 가봤지요."

8일 종법사 신년하례에서 감상담으로 원무 서원을 밝혀 큰 박수를 받은 한원성 교도. 신앙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아니, 직장이 곧 교화터전이요 동료가 곧 도반임을 아는 행복으로 살고 있는 그다. 그런 그의 504번 버스는 오늘도 감사를 싣고, 은혜를 전하며 서울 시내 한복판을 안전하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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