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강물이 격류 만드는 장대한 울림'

▲ 범산 이공전 종사.
1장)'노래 부르세 우리 새 회상' (序曲·人類의 合唱)
                                                                                    이공전 작사 / 김동진 작곡

노래 부르세 우리 새 회상
만 생령 모두 찬송의 노래
찬란한 원광 열리는 세상
개벽의 함성 메아리치네
세계가 다함께 즐거이 부를
인류의 대 합창 성가 부르세

노래 부르세 둥그신 교리
만 생령 모두 수도의 노래
네 가지 은혜 하나의 세상
일원의 법음 울려 퍼지네
세계가 다함께 즐거이 부를
인류의 대 합창 성가 부르세네

원불교 성가의 프롤로그

〈성가〉 1장 '서곡, 인류의 합창'이 나오게 된 배경에 에피소드가 있다. 범산 이공전 교무는 공식적으로 〈성가〉를 발간하려 그 동안의 성과를 한 보따리 싸들고 서울의 김동진 작곡가 사무실을 찾아 자문을 구하게 되는데, 김동진 작곡가는 한 번 보더니 여러 말없이 '서곡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이에 범산 종사는 바로 익산에 내려와 그 밤이 지나기 전에 서곡을 작사하게 되고, 이 후 이 곡을 의뢰받은 김동진 작곡가는 이른 아침 일찍 남산에 올라 이때 떠오른 악상으로 작곡 한다. 그 당시 정화사에 근무하며 이공전 종사를 보좌했던 김대관 원로교무의 추모담이다.

당시 정화사는 〈원광〉 55호 광고란에 '다 함께 성가 부르기! 악전(樂典) 서장 '인류의 합창' 성가 공모!'라는 현상공모를 했다. 원기52년(1967) 7월16일에, 위 사연으로 이공전 교무가 작사한 '노래 부르세 우리 새 회상'이 서곡으로, 이종원 교무 작사의 '새 회상 만난 기쁨'이 발곡(跋曲)으로 채택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격이다.

〈성가〉 1장 '노래 부르세 우리 새 회상'은 서곡, 인류의 합창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서곡'은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하는 음악으로 전체의 줄거리나 분위기를 암시하는 곡을 뜻한다. '서곡'으로서의 1장이 갖는 의의는 원불교가 새 시대의 새 종교임을 천명하며, 새 회상의 새 찬가인 〈성가〉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작사자 범산 종사는 신성이 장한 할머니의 등에 업혀 소태산대종사를 뵙고 '순행(順行)'이란 법명을 받게 된다. 원기25년(1940), 14세에 안경을 맞추기 위해 총부에 온 것이 출가의 길이 되어 〈정전〉 편찬을 필경하는 일이 주어지게 된다. 이 무렵 대종사는 '공전(空田)'으로 법명을 바꿔 주고 "이름 값 잘 하라" 부촉하신다. 아마 대종사께서 범산 종사에게 교전편찬의 숙명적 일을 미리 부여하신 듯하다.

원기31년(1946) 유일학림 1기생으로 입학해 3년을 수학하게 되며, 이후 정산종사의 전문시자로서 10년을 보좌한다. 특히 원기43년(1958) 정산종사는 경전결집을 위한 정화사(正化社)를 설립하게 되는데, 범산 종사는 정화사의 사무책임을 맡는 역사적인 임무를 맡게 된다.

인류의 대 합창

〈성가〉 1장 '서곡, 인류의 합창'의 핵심은 '새 회상'과 '둥그신 교리'에 방점이 있다. 소태산대종사와 함께 하는 이 인연 공동체가 새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회상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충만해 있으며 그 설레는 마음이 그득하다.

일원상의 진리가 찬란하게 원광으로 빛나서 개벽의 세상을 연다는 것이며, 일원의 새 회상은 닫혔던 모든 것을 열고 여는 개벽의 함성이니 이 새 회상을 찬송하고 메아리치게 하자는 것이다. 즉 일원회상이 세계가 다 즐거이 받들고 합창할 인류의 회상이라는 자부심인 것이다.

그리고 소태산대종사께서 내놓으신 이 교리가 남녀노소 유무식을 막론하고 지역과 시대를 다 아우르는 원만하고 둥그신 교리라는 자신감으로, 이 둥그신 교리는 만 생령이 모두 닦아야 하는 수도의 노래이며,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에 보은하는 은혜의 노래이며, 일원으로 하나되는 하나의 노래로, 일원의 법음이 울려 퍼지는 인류의 합창이라는 법열이다.

'일원의 복음'은 원기83년(1998)에 7월28일 수위단 감수위원회에서 '일원의 법음'으로 개사된다. 새 회상과 둥그신 교리는 일원의 법음이면서 복음이다. 일원상의 진리에 바탕한 사은사요 삼학팔조는 보은의 노래요 수도의 노래로, 법(法)의 노래이면서 우리를 복되게 하는 은혜의 복된 노래라는 것이다. 이 법음에는 복음의 기쁨이 깃들어 있어, 대종사의 둥그신 교법을 수지독송함으로써 기쁘고 벅찬 복됨이 넘치게 되는 것이다. 법 받음 뿐만 아니라 복 받음까지 있는 것이다. 원불교 성가는 일원상의 등근 원음이다. 둥근 소리에는 법음과 복음이 함께 있다. 법 받는 소리와 복 받는 소리가 어울리는 원만한 소리로, 원음을 합창하여 원향이 만방에 울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성가〉 1장은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는 은혜의 노래요 수행의 노래이다. 일원회상과 소태산대종사의 교법이 새 시대의 새 종교이며 개벽시대를 선도해 나갈 인류구원의 새 종교임을 확신하며, 세상에 당당하게 선포하는 선언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포부와 경륜을 담은 새 회상 새 성가를 모두 다 함께 부르자는 것으로 세계가 다 즐거이 부를 대 합창인 것이다.

원음 산책

성가 1장 '서곡, 인류의 합창'의 반주를 듣고 있으면 북소리처럼 심장 뛰는 희망을 느끼게 된다. 마음이 두둥실 들뜨는 기분이다. 악보에 '장엄하게' 부르라 표기하고 있다. 한 음 한 음이 웅장하다고 할까 마음에 악센트를 주고 솟아오르게 한다. 기쁘고 벅찬 그 마음을 어떨 때는 폭발시키고 또 한편으론 묵직하게 잔잔히 밀고 간다. 마치 강물이 도도히 모든 것을 안고 흘러가면서도 바위를 만나면 큰 파도를 일으켜 격류(激流)를 만드는 장대함 같다. 심장에 두둥실 북소리를 울리게 하며 마음의 계곡에 웅장한 메아리를 울리게 한다. 〈성가〉 1장은 당시 경희대 음악대학장이었던 김동진 교수가 곡을 입힌 작품으로 성가 작곡 의뢰를 받고서 2년간 범패를 연구하기도 하며, 한국적이면서도 불교음악 색채가 짙은 곡을 작곡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나주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