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회 토론회 '재가교도의 역할'

재가 교육 시스템 구축·재가교도회 설립 제안
중대사안 듣고 말하는 통로 없어

원기100년대 재가교도들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나가야할까. 3월15일 서울회관에서 열린 청운회 토론회에서 다룬 주제는 원불교에서 재가교도의 자리매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과정이었다. 원불교청운회(회장 김진응)가 마련한 이 자리는 그간 부족했던 소통의 장이 돼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교단의 재가 출가교도 평등은 지금까지도 종교계에서 유례없는 선진적인 구조로 손꼽히지만, 실제로는 구분이나 차별이 엄연히 목도되고 있다. 교화 침체의 결정적인 이유가 이 불평등이라 평가되는 가운데, 토론회의 패널들 역시 한결같이 이 점을 짚어 변화를 주장했다. 또한 재가 출가의 표현을 전무출신과 거진출진으로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희공 원무(고려대학교)는 "소태산대종사가 계획한 일원회상의 두 바퀴 중 전무출신이라는 바퀴에 심혈을 기울인 반면, 거진출진에는 그렇지 못해 균형과 전진의 힘이 떨어진 것이다"고 밝히고 도심 속의 재가 교육과 훈련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박정원 교도(원광대학교)는 "출가 중심을 재가 출가를 넘어선 지자본위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가락교당 이장훈 교무는 "이제 거진출진들이 교단의 중심으로 함께 역할해야 한다"며 제도적인 보완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과천교당 라도현 교도도 "거진출진단과 전국 재가교도회가 설립돼 재가들의 실질적인 기구로 역할해야 한다"며 "교도회장단을 비롯, 출가자들의 입김에 의해 임명되는 교당교의회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방청석의 의견도 뜨거웠다. 인천교당 박인광 교도는 "〈교헌〉에 출가교화단 규정은 있지만 재가는 교당규정 내에 위치한다. 〈교헌〉부터가 이렇게 되어있으니 평등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으며 서울교당 이법선 교도는 "서울회관 재건축과 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 재가들은 어디서 들을 수 있는지, 어떻게 의견을 내야하는지도 알 수 없다. 소통과 의견수렴의 창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교화단 총단회를 재가 출가 공통으로 열어 의견과 힘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거진출진을 어떻게 기준하고 양성할지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등이 거론됐다.

토론회에서는 청운회를 비롯한 재가단체들의 대사회화도 제안됐다. 패널로 참가한 순창교당 고세천 교무는 "청운회의 대표사업이라 할만한 그 무엇을 해야한다"며 외국인노동자나 탈북자들을 위한 사업을 일례로 들었으며, 박정원 교도는 "재가들이 주도해 진리적 환경보전운동과 자원봉사단, 시민단체와 연대를 해가야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재가들의 자세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도 개진됐다. 패널인 여의도교당 김상도 교도는 "교도들은 4종 의무를 넘어 스스로 법위향상해야 교정참여를 거론할 수 있다"며 기본을 강조했으며, 개봉교당 김성철 교도는 "최저 임금보다 한참 낮은 교역자 용금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는다. 문제제기도 해결도 재가가 해야한다"고 밝혔다. 대치교당 박태일 교도는 "너무 지나치게 공부를 강요한다는 느낌에 재미를 잃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고, 개봉교당 김원도 교도는 "기관에 있는 교무가 직원들 대상으로 법회를 보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서울청운회 토론회는 4월19일 홍익학당 윤홍식 교수를 초청한 강연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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