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를 친환경 바이오 에너지로'

▲ 쌀겨, 대두유, 유채기름 같은 식물성 유지와 알코올을 반응시켜 만든 순도95% 이상의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 디젤.
영화 '사하라'를 기억하는가. 영화는 독일 나치의 위세가 떨치고 있던 2차 세계대전 당시 사하라 사막을 배경으로 영국군 본부와 떨어져 위험에 놓인 연합군이 용감히 싸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엘 알라메인' 전투가 언급된다. 이 전투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함께 2차 대전의 판세를 바꾼 결정적인 전투로 '사막의 여우'라 불리던 독일의 롬멜 장군에게 밀리던 연합군이 영국 '몽고메리' 장군의 반격으로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 그런데 당시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이 연합군에게 패퇴하며 보급물자가 막혀 탱크와 트럭 등에 넣을 기름이 없었다. 이 위기 상황에서 롬멜은 식용유를 넣고 겨우 연합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롬멜 장군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넣은 기름 '식용유'가 바로 '바이오 디젤'의 시초라는 것이다.

'바이오 디젤'은 쌀겨, 대두유, 유채기름 같은 식물성 유지와 알코올을 반응시켜 만든 순도 95% 이상의 '지방산 메틸에스테르(fatty acid methyl ester)'로, 경유 대신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는 '친환경 바이오 에너지'이다. 나는 2년 전 일본 오사카 인근 사카이 시(市)의 시민 단체인 'ASU(Action Senior Union)'를 견학한 적이 있다. 이 'ASU'는 말 그대로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모여 사카이 시에서 발생하고 버려지는 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 디젤 연료로 직접 만드는 시민단체이다. 요즘 우리나라 복지관 등에서 흔히 '시니어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춤과 노래와 사진 촬영 등을 배우고 발표하는 활동에 비해, 생태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어르신들의 단체여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르신들이 폐식용유를 모으는 이유는 단순했다. 물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폐식용유 한 숟가락 분량인 20밀리리터를 그냥 버리면 이를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무려 20만 배인 4천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또 폐식용유를 버리지 않고, 신문지나 휴지로 닦으면 결국 태우게 되고 이는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 폐식용유 수거를 통한 즐거운 불편운동은 내가 조금 불편해지면 지구생태계가 즐거워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들은 폐식용유를 모으고, 지역 대학의 도움을 받아 바이오 디젤 연료를 만들고, 이 기름은 실제로 사카이 시(市)에서 운행하는 모든 청소차에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나는 이런 폐식용유 수거 바이오 디젤 사례가 일본과 독일 등 몇몇 나라에만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바로 서울시 성동구청에서 몇년 전부터 폐식용유 수거를 통한 바이오디젤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성동구 지역의 천주교 성당들이 이 '폐식용유 수거를 통한 바이오 디젤 즐거운 불편운동'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즐거운 불편운동'이란 내가 조금 불편해지면 지구 생태계가 즐거워진다는 천주교의 환경생활실천운동의 이름이다. 바이오 디젤 즐거운 불편운동의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성당에 폐식용유 수거함을 설치하고, 신자들은 매주 성당에 올 때 한 주 동안 사용한 식용유를 통에 모아 와 수거함에 붓는다. 그게 전부이다. 수거함이 다 차면 수거 회사에서 모은 폐식용유를 가지고 가 바이오 디젤 공장에서 폐식용유는 '바이오 에너지'로 다시 태어난다.

같은 방식을 원불교 교당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교당에 올 때 신도들이 폐식용유를 가지고 오는 것이다. 강동구와 천주교에서 하는 방식 그대로 실천하면 된다.

▲ 환경생활실천운동의 하나인 폐식용유 수거함.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조금만 불편해지면 물 오염과 대기 오염을 줄이는 폐식용유를 모아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활동을 교당과 성당과 절, 교회에서 함께하면 그만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바이오 에너지를 만들어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게 된다.

'생태주의자 예수'의 저자이며 독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환경상인 '골덴데 블루메 폰 라이트(Die Goldene Blume von Rheydt)'을 받았고 지금도 환경운동을 계속해오고 있는 프란츠 알트(Franz Alt)는 그가 진행하던 한 TV 시사 프로에서 달라이 라마를 인터뷰하며 물었다. "오늘날의 종교는 무엇입니까?"라고.

그러자 달라이 라마는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종교야말로 오늘날 진정한 종교이다."라고 말했다. 어느 종교이든간에 생태위기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인 창조질서, 다시 말해 생태계 보전에 힘쓰지 않으면 종교는 올바른 종교라 말할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나는 매일매일 꿈꾼다.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개신교, 불교 신자와 신도들이 함께 모여 지구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실천하는 모습을….

전국의 교당, 성당, 교회, 절에서 빗물을 모아 청소 물로 사용하고, 건물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이 돌아가고, 바람 잘 부는 언덕에는 예쁘게 이름 지은 작은 풍력 발전기가 느긋하게 돌아가고, 일요일마다 신도들이 폐식용유를 모아 오는 모습을….

바로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종교의 모습이다. 바로 오늘날 진정한 종교의 역할인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태적 삶을 사는 공동체'들이 곳곳에 생겨나는 꿈을 꾼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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